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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외치다 '사고' 터진 은행…信의 한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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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모뉴엘 사고, 신뢰에 치명타…충당금 폭탄까지, 엎친데 덮친격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길 찾기 나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이장현 기자]"금융사로서 가져야 하는 신중함을 저버리고 여신 확대에만 열을 올린 결과죠."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2014년을 이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저금리 저수익에 앓는 소리를 하면서 실적향상에만 몰입한 게 원인이라는 말이다. 특히 KT ENS, 모뉴엘과 얽힌 대출사기 사건은 부실대출과 내부통제 소홀이 맞물려 천문학적인 손해를 낳게 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수익'만을 위해 내달린 시간들아 결국 '충당금'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2015년 시중은행들에게는 현재진행중인 지난해 사고를 잘 마무리하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동시에 저수익을 극복해야 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묘'가 요구된다.


'실적' 외치다 '사고' 터진 은행…信의 한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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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법정으로'…모뉴엘은?=지난해 대규모 대출사기 사건은 'KT ENS 협력업체'로 시작해 '모뉴엘'로 마무리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대출건은 각각 1조8000억원, 3조2000억원 달하는 피해액을 유발하면서 결국 법정공방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2월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짜고 친 대출사기에 대한 소송은 형사부와 민사부 ,파산부까지, 법조계에서도 유례가 드물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진행 중이다.
KT ENS의 김모 부장과 서정기 중앙티엔시 대표를 비롯한 협력업체 대표 등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일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으로, 오는 3월내 5차 공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에게 징역 20년, 김모 KT ENS 부장에게 징역 17년을 등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하나은행 등 피해 은행들이 피고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형사건과 맞물려 진행 중으로, 변론기일은 2월에 잡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구속기간은 6개월로 오는 3월 이전에는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나게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의 유무죄와 민사건은 관련이 깊어 모두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는 KT ENS 협력업체에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KT ENS를 상대로 신고한 채권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KT ENS 협력업체에 대출을 내준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금융사가 KT ENS를 상대로 신고한 2947억원 규모의 채권 중 15%만 인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사와 KT ENS 양측이 모두 '이의의 소(訴)'를 제기하면서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가전업체 모뉴엘이 벌인 대출사기는 무역보험공사 전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금융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모뉴엘은 허위로 서류를 꾸며 수출실적을 부풀린 후 7년간 3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미상환된 금액만도 6800억원에 이른다. 검찰로 공이 넘어간 후 모뉴엘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무보와 수출입은행 임직원, 거래업체 직원 등 6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금감원도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를 검사해 부실심사 사례를 상당수 적발하고 상반기 중 제재할 예정이다.


또 모뉴엘 파장은 무역금융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무보가 은행들의 모뉴엘 관련 보증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은행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무보 보증서 취급에 더 깐깐해지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8개 은행 여신ㆍ외환담당 부행장들에게 무보 보증서를 거절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중재에 나설 정도다.


◆2년 연속 은행권 '충당금 폭탄'..뒤늦게 내부통제 나서=지난해 초 은행들은 KT ENS 사기대출 피해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한해를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대출 잔액 1624억원 중 895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297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2013년 STX와 쌍용사태, 팬택 워크아웃 관련해 수천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은 직후라 '대출 심사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국내 은행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주요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손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라며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출집행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손상각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출 심사능력 강화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지금 데자뷰처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동부건설, 대한전선의 기업부실과 모뉴엘 사기대출 등으로 은행들의 입은 손실이 한달새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은행권이 내준 대출금 2618억원으로, 1713개에 달하는 동부건설 협력업체들의 거래액 3179억원까지 합치면 6000억원에 가까운 손해액이 예상된다. 이후 '옆친데 덮친격'으로 대한전선의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다. 대한전선은 회수할 수 없는 매출채권을 회수 가능한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하다 당국에 적발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채권은행들은 2013년 말 대한전선 대출 7000억원가량을 출자전환했는데 당시 주가는 2500원이었지만 마지막 거래일 주가는 12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증권가는 은행권의 손실액이 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마지막 결정타는 무역보험공사의 모뉴엘 보험 지급 거부 결정이다. 은행권에서 모뉴엘에 내준 돈은 총 6768억원인데, 은행들은 신용대출액 2908억원을 제외한 담보대출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무보가 보증을 선 3265억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이 금액에 대해서도 손실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당금 폭탄'에 금융권은 뒤늦게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현장 중심의 심사와 심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경영전략에 포함시켰다. 농협은행 역시 리스크 관리를 5대 전략 과제 중 하나로 두고 여신사후관리 기능 강화로 부실화 예방, 내부통제 강화를 구체적인 과제로 삼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부실 문제에 있어서 은행입장에서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대출사기는 다르다. 기업여신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수익 극복할 새 돈 줄 찾아라…은행권 '각개전투'=저금리ㆍ저성장이 고착화된 금융환경을 맞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금융사의 노력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먼저 김정태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으로 시너지 창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법인 통합은 마무리됐지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후 자동승진이라는 외환은행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한치 앞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조기통합시 연간 2692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429억원의 수익증대 시너지가 기대된다. 총여신도 200조원 규모로 커져 국내은행 중 선두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농협금융은 복합점포와 자산운용 강화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국내 첫 복합점포를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개점해 화제를 모았는데, 연내 10곳에 복합점포를 낼 계획이다. 또 금융지주 중 최초로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체제를 도입하고 총 65명의 전문인력을 신규 충원하며 '자산운용의 명가'라는 목표를 세웠다. 계열사 종합 투자상품 브랜드로 '올셋(Allset)'을 출시하면서 범 농협차원의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핀테크와 인터넷 전문은행 등 기존 금융과 차별화된 새로운 서비스는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핀테크사업부를 만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IBK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도 스마트금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각 은행은 근래에 정보통신(IT) 기업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 통신사 등이 참여해 금융의 새판을 짤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는 비대면 채널이 잘 구축돼 있어 압박이 덜하지만 결국 편리함을 앞세운 IT금융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IT와 금융사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ㆍ인터넷 전문은행 열풍이 은행 자율이 아닌 금융당국이 보채는 형국이라는 비판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통일금융, 창조금융, 기술금융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핀테크 열풍도 관(官) 주도로 이뤄지는 것 같다"며 "실적에 도움이 되면 은행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가 되레 실적 압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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