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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자본시장 불모의 땅 일군 '증권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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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회장엔 송대순 대한상의 前회장
-윤인상 前차관, 첫 거래소 설립 주도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우리가 증권구락부를 설립했을 때는 나라의 기틀이 잡히지 않고 경제 질서가 문란할 때라 증권시장을 돌볼 사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 직업의 제일선에 있던 우리들은 증권시장에 대한 미련이 대단해 우리나라도 증권자본주의의 육성을 위해서는 해 볼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김주묵 씨는 증권업협회 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국내 증권인 모임의 시초인 증권구락부 설립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의 태동을 이끌었던 개척자들 중 한 명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 경제의 밑바탕에는 국가경제 재건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한 자본시장의 역할도 컸다. 그 안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묵묵히 제 길을 걸은 증권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광복 70년]자본시장 불모의 땅 일군 '증권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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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개척자들= 1940년대 일제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국내에는 순수 자본의 거래소와 증권사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렸다. 일제 강점기 시절 증권업계에 종사했던 송대순ㆍ조준호ㆍ김광준ㆍ김주묵 등은 1946년께부터 일본인이 남기고 간 귀속기업체 주식을 사고팔면서 자본시장 재건을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듬해인 1947년 이들은 증권구락부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곳은 증권시장의 동호인 모임 같은 곳이었다.


1949년 11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회사인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의 전신)이 문을 열게 된다. 이후 고려증권회사 창립사무소가 1952년 8월 당국으로부터 면허 제2호를 받아 고려증권이 정식 출범했다. 이어 1953년 5월에는 대구에서 영남증권이 면허 제3호로 설립되었고, 같은 해 국제증권과 동양증권이 각각 4호와 5호로 설립됐다.


이같은 초기 증권인들로 증권구락부가 설립됐다. 이 단체는 이후 1953년 11월 현재 금융투자협회의 효시인 대한증권업협회로 정식 출범했고 이것이 모체가 돼 증권시장이 탄생했다. 초대 회장은 단체 설립에 큰 힘을 실은 송대순 씨가 맡았다. 그는 이후 증권업계 최초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역임했다.


송 회장은 1963년 9월24일 협회 설립 1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증권구락부에서 처음 한 일은 작고한 현준호 씨가 가져온 소유주식(경방주ㆍ은행주ㆍ조선생명주ㆍ조선은행주)을 회원들끼리 나눠 가진 것"이라며 "증권구락부는 이에 힘입어 업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두를 위한 증권시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증권거래소 설립 추진 움직임이 일었다. 1954년 당시 윤인상 재무부 차관이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증권거래소 및 증권시장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1956년 3월 명동에 증권선물거래소가 문을 열게 되고 조흥은행 등 12개 종목으로 최초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소의 최초 이사장은 유찬 한국저축은행장이 맡았다. 윤인상 씨는 2대 회장을 맡았다.


◆증권업 대중화의 선구자들= 지금이야 증권매매가 전산시스템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증권사를 대리해 나온 직원이 가격, 수량 및 매도 또는 매수의 의사표시 방법으로 '손질'을 이용했다. 파는 가격, 사는 가격을 발성과 동시에 손으로 표시해 상대방을 구하며, 상대방이 있을 때에는 이어서 수량을 역시 손과 소리로 표시해 매매체결을 했다.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1977년 한국증권전산주식회사(현 코스콤)가 설립되면서다. 당시 증권거래소 이사장이던 이두희 씨는 한국증권전산의 초대 사장도 맡아 증권시장의 전산화를 앞당겼다.


이두희 사장은 취임 후 증권업의 전산화에 역량을 쏟았다. 1978년 4월 거래소 전산담당부서의 전산설비 및 업무를 한국증권전산으로 인수해 본격적인 전산업무 운용체제를 갖추고 시세 게시 온라인 시스템 개발 등 증권업무 전산화를 추진했다.


증권거래소 시세 개시 방법이 바뀌면서 증권사의 영업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 증권사에서도 영업장에 전자식 시세판을 설치해 거래소의 시세 게시 온라인 시스템과 연계한 신속한 주가정보를 투자자들에 제공함으로써 투자정보 서비스의 개선을 이끌었다.


증권 인구 확대를 위한 협회 직원들의 노력도 증권시장 대중화에 한몫했다. 오정환 전 증권업협회 상무는 "하계 휴가철이 되면 대천해수욕장 등 휴양지를 찾아가 낮에는 파라솔을 펴놓고 일대일 증권 상담을 하고, 밤이 되면 영사기로 '행복의 설계'란 증권 홍보영화를 보여줬다"며 "당시 영화라면 무슨 내용이든 눈을 반짝이며 달려들 만큼 인기가 있었고 야외 상영을 하니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었다"고 회고했다.


◆파생상품시장을 연 이들= 1993년 국내 자본시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었다. 동양증권과 동서증권 사장 출신인 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최초로 선물, 옵션 시장을 개설해 자본시장의 외연을 키운 것. 훗날 1위에 빛날 한국 파생상품시장 기초가 만들어 진 것이다.


2005년 정부는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통합거래소를 개설했다. 통합거래소의 초대 이사장은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맡았다.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한강의 시적이라고 말한다면 증권시장의 발전은 여의도의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아직도 세부적인 면에서 선진국에 못 따라가는 부분은 있지만 랭킹에 꼽히지조차 못하던 우리 증권시장이 세계 10위 수준으로 발전한 걸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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