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잠 못 이루는 사회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충무로에서]잠 못 이루는 사회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AD

새해 목표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다. 이제 고3이 되는 딸이나, 늦도록 환한 불빛 아래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 해뜨기 한참 전부터 어둠을 가르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처럼 구조적으로 잠을 제대로 잠자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많지만.


잠을 많이 자려면 일단 미리 미리 일을 해두어야 한다. 일이 마지막에 몰리면 당연히 밤샘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 또 밤샘을 해서 끝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늑장부리게 된다. 잠을 많이 자려면 잘 먹어야 한다. 배가 고프거나 속이 불편하면 제대로 잘 수 없다. 최근 실수로 항생제를 먹고 그대로 잤다가 식도 염증으로 잠자리를 며칠 설쳤다. 잠을 많이 자려면 기분이 좋아야 한다. 예전에는 한 번 누우면 몇 시간이고 쭉 잤는데 요새는 나이를 먹어가는지 아무리 피곤해도 3~4시간만 자면 일단 잠에서 깬다. 요컨대 잠을 많이 자려면 심신이 다 건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 여름 '불면 코리아' '워커홀릭 한국' 등 제목으로 화제가 된 통계가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짧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였다. 조사대상 18개국 중 한국은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49분이었고 수면 시간이 가장 긴 프랑스는 우리보다 무려 1시간이나 더 많은 8시간50분이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량이 다르다, 한국 직장문화에서 7시간49분도 긴 편 아니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정작 왜 이런 통계가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개인적 차원에서 수면 부족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잘 알려져 있다. 신체적 건강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수많은 연구팀들이 수면 부족이 심장병, 당뇨병, 비만, 고혈압, 대장암, 야뇨증 등 별의별 질병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정신적 건강에서도 수면 부족은 우울증, 자살 충동, 집중력ㆍ주의력 저하 등 심각한 위험을 수반한다.

개인 수준의 상관성이 집단 수준의 상관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최단 수면 시간 통계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비교국가 통계를 살펴보면 집단적 수면 부족에 연관되는 집단적 위험이 짐작된다. 먼저 한국인의 평균 노동 시간은 2000년에서 2008년까지 OECD 국가 중 내내 1위를 기록하다 2008년부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률(2013년 인구 10만명당 28.5명)은 OECD만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부동의 1위로 인구 10만명당 80.3명, OECD 평균의 4배를 넘는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미국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비교대상 224개국 중 우리보다 출산율이 낮은 곳은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뿐이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통계의 기초이지만 인과관계는 상관관계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상관관계는 중요하다. 1950년대 중반 소위 '꿈 수면'이라고도 하는 렘(REM) 수면의 발견으로 수면 주기와 꿈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를 통해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꿈에서 새로운 영감과 통찰을 얻은 사례들이 과학적 근거를 얻게 되었다. 수면과 꿈,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현재 뇌과학 연구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이 잠을 자면 꿈을 꾸듯이 사회가 잠을 제대로 잘 때 꿈도 제대로 꿀 수 있지 않을까.


2007년부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발표하고 있는 세계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하게 나타난 부분은 무형 자산, 창조적 상품 및 서비스, 온라인 창조성 등 창조적 성과 항목에 해당하는 지표들이다. 이쯤 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회가 집단적 창의성도 떨어지는 것은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가 아닐까 싶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