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하게나마 회복되는 듯하던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 주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대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오늘 한국은행이 내놓은 제조업 BSI 둘 다에서 확인된다.
매출액 순위 600위에 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경련의 BSI 조사 결과를 보면 새해 1월 종합경기 BSI 전망치가 90.3이다. 11개월 만의 최저치로 지난 11월 93.6과 12월 94.0에 이어 석 달째 기준선 100을 밑돌면서 하락하고 있다. 1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한은의 조사에서는 12월 제조업 업황 BSI가 73이다. 10월 72에서 11월 75로 상승했다가 다시 2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기업 경기심리 후퇴는 전반적인 경기부진 속에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둔화를 비롯하여 대외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침 연말을 맞아 기업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에 경기심리가 위축된 모습이어서 걱정스럽다. 움츠러든 심리가 소극적인 경영계획으로 이어져 경기하강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최근 조사에서 600대 기업 중 새해에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이 20%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너무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전경련 조사에서 12월 실적 BSI는 95.4로 여전히 100 미만이기는 하지만 11월 90.0보다는 높아졌다. 한은 조사에서는 기업과 소비자를 아우른 경기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가 12월 96으로 전달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100 미만이기는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계속해서 95~96 수준을 유지하며 마치 바닥을 다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새해를 고용시장 유연화를 비롯한 구조개혁에 초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를 '경제체질 개선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트려서는 구조개혁의 추진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경제 활성화에도 꾸준히 신경을 써야 한다. 향후 수출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으니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시의적절하고 자극효과가 큰 경기대응 정책을 신축적이면서도 기민하게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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