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관련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기업더러 세금을 더 내지 않으려면 유보금을 쌓는 대신 투자를 늘리거나 종업원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더 많이 하라는 최경환 경제팀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의 기본 골격이 나온 것이다.
핵심은 투자로 인정하는 범위다. 투자는 임금이나 배당보다 비중이 큰 데다 기업의 존재 의미와 직결된다. 시행령은 투자 대상을 사업용 유ㆍ무형 자산으로 규정했다. 업무용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개발비, 특허권 등이다. 당장 업무용 토지를 어디까지 투자로 보느냐가 논란의 대상이다. 시행령은 업무용 건물 신ㆍ증축 부지에 한정한다지만 보다 엄정한 기준이 요구된다. 자칫 기업들이 제도가 시행되는 3년 동안 본연의 투자보다 땅 사는 데 주력해 부동산 값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분취득(인수합병 대가지급액)을 투자에서 제외키로 한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자산을 매입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지분취득 자체를 투자에서 제외하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을 막을 수 있다. 계열사 지분 매입이 아닌 다른 기업에 대한 M&A는 투자로 인정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보듯 해외 선진기업들은 활발한 M&A를 통해 새 사업에 진출하거나 경영을 혁신하고 있다. 대기업이 본연의 역량 강화와 관련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문어발식 경영이 우려되지만 이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다룰 문제다.
해외투자를 투자범위에서 빼는 것도 경직된 운용으로 여겨진다. 국내투자를 유도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국내 자회사 지분취득과의 형평성 때문이라지만 군색하다. 해외투자를 대상에서 뺀다고 기업이 국내투자로 돌린다는 보장도 없다. 해외투자든 국내투자든 투자의 성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는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대표 정책이다. 과거의 익숙한 규제의 길 대신 기업의 투자ㆍ임금 인상ㆍ배당에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 길이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부합한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좀 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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