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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피아'로 드러난 국토부의 관민유착

시계아이콘00분 58초 소요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칼피아'의 존재가 드러났다. 대한항공(KAL) 출신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한항공과 유착관계 속에서 서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편의를 봐주는 검은 관행이 노출된 것이다.


검찰은 어제 대한항공 측에 조사 내용을 흘려준 혐의로 국토부의 김모 조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조사관은 국토부가 땅콩 리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이후 30여차례의 전화통화와 10여차례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한항공의 여모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주었다. 형법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행위다.

이를 김 조사관 개인의 특수한 일탈행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에서 15년간 근무한 뒤 국토부로 자리를 옮겨 공무원이 됐다. 국토부에는 그와 같은 대한항공 출신 공무원이 다수 재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들을 로비창구나 정보원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그들 가운데 공무원으로의 신분전환을 무겁게 여기고 공사를 엄격히 분리하는 태도로 일해온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김 조사관의 일탈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김 조사관의 일탈행위가 드러나기 전에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땅콩 리턴 사건 조사단을 6명의 조사관으로 구성하면서 그중에 2명의 대한항공 출신을 포함시켰다. 더구나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런 문제점을 일찌감치 지적받고도 '조사의 공정성'을 장담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장관 이하 국토부 전체가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공사 간 이익충돌 내지 민관 간 유착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잃고 있었던 것 아닌가.

국토부 공무원들이 해외로 출장갈 때 대한항공으로부터 이코노미석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주는 좌석승급 혜택을 무료로 받은 사실을 어제 참여연대가 제보에 근거해 폭로했다. 1인당 평균 200만원에 해당하는 특혜라고 한다. 국토부 공무원에 대한 대한항공의 '예우'가 이 정도에 그쳤을까. 국토부는 이제라도 조직ㆍ인력 운용방식을 재점검하고 칼피아를 비롯한 민관유착의 검은 고리가 발 붙이지 못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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