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0년 간 지속됐던 노사 갈등을 매듭지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진정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노사 상생과 노사 문화발전을 위한 소정의 금액을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웅열 회장이 지난 26일 정리해고자 대표인 최일배 씨와 만나 합의한 내용이다.
이 회장은 이날 당시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밝혔고 최 대표와 화해와 상생을 위한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고 코오롱 측은 전했다.
이번 갈등 종결과 함께 코오롱은 소정의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코오롱은 정리해고자들과의 논의에 따라 금액 및 사용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 기부금은 정리해고자들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3년 875억원, 2004년 15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악화로 인해 2005년 2월 구미공장 생산직 7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에 노조는 임금삭감을 받아들이는 대신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노조는 정리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중노위와 법원에 각각 구제신청과 소송을 냈으나 2006년 중노위에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이 기각됐고 2009년 대법원에서도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반발한 최 씨 등 정리해고자는 과천 별양동 본사 앞에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10년 가까이 회사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초에는 코오롱스포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해직자 대표인 최 씨는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코오롱 측은 지난달 8일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정리해고자들과 대화를 재개해 원만한 합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고 전했다. 이는 노사 화합에 기여한 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든 이웅열 회장이 노사 화합과 상생을 위해 해고자들과의 대화 재개를 결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故 이동찬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며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는 기업의 어떤 첨단 지식도 무가치한 것"이라고 말하며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칠 때 무한한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노사불이(勞使不二)'의 정신을 추구해왔다.
이에 선친의 뜻을 받든 이웅열 회장도 2007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경쟁력 있고 일하고 싶은 보람의 일터를 만들고, 이를 통한 고용 안정과 근로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하는 등 노사화합을 강조해왔다고 코오롱 측은 전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동찬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이웅열 회장이 노사 화합과 상생을 위한 대화 재개를 결단해 결실을 봤다"면서 "해고와 복직 요구로 이어지는 노사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제3기관에 대한 기부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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