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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보육원 방문…산은엔 산타엄마가 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4초

1년에 12번 '성로원 아기집' 찾는 최선옥 kDB산업은행 과장
과거 실력 살려 탁구로 아이들과 친해져
만 18세 이상 청소년 자립 팔걷고 도와
"내 시간 나눠주는게 봉사…어렵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동양육시설인 '성로원 아기집'에는 매달 탁구선수 출신의 은행원이 방문한다. 17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성로원 아이들이 매달 손꼽아 기다리는 이 자원봉사자는 '산타클로스'라고도 불린다. 그 주인공은 최선옥 KDB산업은행 과장이다.

17년간 보육원 방문…산은엔 산타엄마가 있다 ▲최선옥 KDB산업은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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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과장은 지난주에도 이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펼쳤다. 최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만난 최 과장은 "어느날 성로원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가 기증한 탁구대에서 아이들과 같이 운동을 했는데 그 때부터 탁구선생님으로 통한다"며 "운동이라는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과거 탁구 선수로 활동했다. 산은 소속 선수로도 3년 간 활동했다. 최근에는 국제심판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최 과장과 성로원 아이들이 인연을 맺은 것은 산은이 자원봉사단을 창단하면서부터다.

최 과장은 "그 전에는 (은행에서) 봉사단체를 안내해주는 정도였는데 1997년에 정식으로 자원봉사단이 창단됐다"며 "자원봉사단이 만들어지고 처음 가게 된 곳이 성로원 아기집"이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스스로를 산은과 성로원 아기집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심부름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나 역시 지칠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은행의 심부름꾼이라는 생각으로 매달 변함없이 계속 다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는 연결고리를 자처한 셈이다.


성로원 아기집이 산은의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최 과장의 공이 컸다. 성로원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만 18세 이상이 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최 과장은 완벽하게 자립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일정 나이가 지났다는 이유로 떠나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워했다. 이에 산은에 후원을 요청했고 산은은 이를 받아들여 성로원 아이 5명에게 매달 3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지원금은 아이들이 성로원을 떠나야 하는 해에 지급된다.


최 과장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산은 내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30여년전 삼육재활원 시절 도움을 준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사연이 접수됐는데 그가 그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최 과장은 "영업부 직원이 아무래도 나를 찾는 내용인 것 같다며 사연을 보내줬는데 맞더라"며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 게 정말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현재도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어렸던 아이가 이제는 나를 누이라 부른다"며 "얼마 전에도 문자가 왔는데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연락을 해주고 안부를 묻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고 전했다.


최 과장은 봉사활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이 봉사라는 의미다. 그는 "봉사를 거창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 시간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남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봉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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