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연이은 강경 대책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이 진정되자 러시아가 내부 단속에 나섰다.
월스트리 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은 쉴 권리가 있지만 장관들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 일해야한다"고 지시했다. 이는 공직사회가 새해 1일 부터 11일까지 이어지는 황금 연휴를 즐길 여유가 없다는 것을 각인 시켜 국가 전체로도 위기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도로 추정된다.
마침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따라 이날 루블화 가치는 최근 3주사이 가장 높은 달러당 52루블 선까지 회복 되는 등 진정 국면을 보였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이날 "불안정의 시간이 마무리 국면이다. 루블화는 현 유가 수준을 감안해도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위기 경각심 강조와 자신감은 지금까지 경제 위기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던 기조에서 벗어나 내부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시각으로도 읽힌다.
푸틴은 "지난 수년간 쌓인 우리의 실수도 (위기의) 원인이다"라고 말하고 "이 모든 것은 역사가 남긴 것"이며 "정부는 국가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또 더 많은 혁신을 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동안 충분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푸틴은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 18일 연례 기자회견 때만해도 "지금의 위기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라고 크림 합병에 따른 경제 제재를 가한 서방을 비난했었다.
외환 시장이 안정되면서 17% 까지 치솟은 기준 금리도 하향 될 것이라는 신호도 나왔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면 금리는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장관도 이날 인정했듯이 러시아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약 11.5%로 추산된다. 물가 상승에 따라 서민들이 즐기는 보드카 가격 상승을 막으라는 푸틴의 지시가 있을 정도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의 신년 연휴가 끝나고 일상 경제 활동이 시작되면 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금리 하락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5년만의 최저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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