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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황제, 그를 따를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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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서 U턴 이정수, 쇼트트랙 월드컵 4차전 3000m 금메달 "다시 상위랭커로 도약할 것"

돌아온 황제, 그를 따를자 아무도 없었다 이정수(맨 왼쪽)가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3000m 결승에서 선두로 치고나가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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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출발 총성이 울렸다. 출전 선수 여덟 명이 느린 속도로 뒤엉켜 눈치작전을 했다. 가볍게 지난 한 바퀴. 감색 유니폼을 입은 국내 선수가 갑자기 치고나갔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을 박차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날쌘 속도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렸다. 금세 한 바퀴를 앞선 그는 경쟁선수들 틈에 파고들어 얼음을 지쳤다. 둘레 111.12m짜리 트랙 스물일곱 바퀴를 도는 경쟁에서 관중들의 시선은 줄곧 선두를 달린 이정수(25ㆍ고양시청)를 향했다.

이정수는 지난 21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3000m 결승에서 금메달(5분10초152)을 따냈다.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했고 한 차례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상위권 선수들의 순위싸움은 뒷전. 그는 경기막판 여유 있게 속도를 줄이며 대표팀 동료들이 선두권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덕분에 곽윤기(25ㆍ고양시청ㆍ5분17초309)가 은메달, 신다운(21ㆍ서울시청ㆍ5분17초418)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시상대를 싹쓸이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38)은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초반부터 승부를 걸었는데 (이)정수를 따라오는 선수가 없어 쉽게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했다.


돌아온 황제, 그를 따를자 아무도 없었다 이정수(가운데)가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3000m에서 우승한 뒤 곽윤기(왼쪽), 신다운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비록 시범종목이지만 3000m 우승은 쇼트트랙 스타 이정수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다. 그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는 2012년 2월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1500m 1차 레이스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그를 응원하던 여성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링크를 떠나지 않고 오래 기다렸던 우승을 축하했다.
이정수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1000ㆍ1500m)으로 국내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09-2010시즌에는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부상과 슬럼프로 오름세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조금씩 경쟁에서 뒤처졌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경기 당일 장염을 앓아 태극마크를 놓쳤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그는 밴쿠버 대회 이후부터 고심하던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선언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마저도 지난해 10월 열린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미완으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쇼트트랙. 올 시즌 현재 세계랭킹은 11위로 정상을 다투던 예전의 명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다시 돌아와보니 하위권이던 선수들의 실력까지 대등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고참 선수인 그의 복귀는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서이라(22ㆍ한국체대)는 "장거리에서 (이)정수 형이 레이스를 주도하고 속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대표팀 훈련이 휴식을 줄이고 빠른 속도로 많은 구간을 도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수는 차근차근 세계 정상을 향해 다시 도전한다는 각오다. 그는 "빅토르 안(29ㆍ러시아)이나 샤를 아믈랭(30ㆍ캐나다) 등 베테랑 선수들이 예전 같으면 은퇴했을 시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경쟁해 상위 랭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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