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빅시리즈<13>함께 만드는 지역,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이낙연 전남도지사 인터뷰입주기관들 정착 위해 먼저 할 일 찾아 지원할 것
한전 이사에 맞춰 中 기업들 투자문의…경제 활기
빛가람에 명문 초·중학교 만들어 교육여건도 늘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광주ㆍ전남혁신도시는 논란 끝에 하나로 합쳐진 우여곡절을 안고 있다. 지난 2003년 혁신도시 이전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당시에는 광주시와 전라남도에 혁신도시 하나씩을 조성하려다 여러 후보지역을 거쳐 2005년 나주 금천과 산포면 일대를 최종 입지로 선정했다. 가뜩이나 낙후된 전남 지역에서 두 곳으로 나눠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그다지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자치단체 두 곳이 함께 유치해 낸 혁신도시이기도 하다.
이달 초 한국전력공사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광주ㆍ전남혁신도시는 부지가 확정된 뒤 9년 만에, 2007년 11월 공사 착공 7년만에 비로소 본궤도에 올랐다. 전국 혁신도시 중 두번째로 큰 규모의 이곳에는 모두 16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간다. 직원 수만 6918명이다. 앞으로 이전기관 상주직원 1만명 이상, 정주인구 5만명의 자족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남도로서는 적잖이 긍정적 성과를 올리게 됐다. 입주기관들이 상당기간 세금 면제ㆍ감면기간을 적용받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혁신도시에서만 연간 500억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하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나주와 인근 광주의 지역경제에 적잖은 활력을 주게 돼서다.
하지만 아직은 여느 혁신도시처럼 도시조성 초기 단계다. 그만큼 도시를 완성해나가면서 직원들이 정착하도록 하고 혁신 클러스터에 연관산업들이 입주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끌어가기 위해서는 풀어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난 12일 도청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혁신도시의 안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혁신도시의 성공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로 풀이된다. 혁신도시를 입안하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지원을 해왔던 업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4선의 국회의원을 거치며 산업자원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이끌고 국정을 지휘했던 이 지사는 "입주기관들이 혁신도시에 쉽게, 빨리 뿌리를 내리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말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먼저 할 일을 찾아 지원하겠다고 했다. 자신감은 컸다. 이 지사는 "남악에 도청이 들어오고서 이런저런 불편함이 다 해소되는데 5년이 걸렸다"며 "빛가람은 광주에 근접해 있고 여기보다 인구도 많아 가게나 식당 등 민간의 여러 시설들이 더 빨리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조건 서두르지만은 않는다. 이 지사는 "혁신도시 입주기관들에 가급적 부담이나 압박을 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며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전력이 이사를 마쳤다. 국내 제일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오니 기대도 클 텐데….
이달 초 조환익 한전 사장이 윤상직 장관과 윤장현 광주시장, 김동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향후 에너지밸리 조성 계획에 대해 브리핑했다. 한전과 관계 있는,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 유치계획을 말씀하셨는데 2016년까지 80개, 2018년까지 250개, 2020년까지 500개 회사를 혁신도시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전에도 한전만 오면 내버려둬도 100개 회사는 따라온다는 말이 있었다. 뭐랄까, 욕심을 가져도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한전이 오기 전 중국 최대, 세계 2위의 풍력터빈회사 '골드윈드(金風)'와 대불산단의 국내기업이 합작투자하는 MOU를 체결했다. 그 자리에서 자산 155조원, 대한민국 최대의 공기업, 전력 관리유통시스템에서 세계 최고인 회사가 전남으로 온다 했더니 우깡(武鋼) 골드윈드 회장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좋아했다. 오늘도 산동성 주한경제무역대표처에서 다녀갔는데, 특히 풍력발전에 관심이 있는 중국회사들 사이에서는 한국과 사업하려면 전남으로 가야한다는 게 상식이 돼 있다고 했다.
12월 초 기준으로 혁신도시에 총 3311명이 전입했다. 이 가운데 42%가 광주ㆍ전남 이외 지역에서 들어온 인구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하가 70%를 차지했다. 아무래도 자녀가 초등학생 이하인 젊은 세대들은 가족 모두 과감히 옮겨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혁신도시 내에 1만7952가구의 공동주택이 공급될 예정인데, 아직 2255가구밖에 준공이 안됐으니 앞으로 추가 준공되면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라는 구호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나. (도정목표가 "생명의 땅,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다)
이전기관 협력업체나 연관산업 유치를 통해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은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데 기대가 크다. 전남도로서는 우리 지역 인재를 많이 채용해 주면 고마운데, 또 기업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압박이 될 수 있으니까 부드러운 방법으로 상의해 나갈 생각이다. 얼마 전 한국농어촌공사가 신규 채용을 하면서 15%를 지역인재로 할당했는데, 지역 반응이 매우 호의적이다. 혁신도시가 어느 정도일지는 좀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인재의 흐름, 청년들의 흐름에 일정한 정도의 충격을 주고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전남처럼 인구감소가 가장 급격한 지방에서, 일시적일지 모르나 다시 인구가 반등하지 않았는가. 이런 일이 조금 더 진행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곳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직장이 있다고 하면 여기 학생들이 굳이 떠나지 않을 수 있다. 또 외지에서 오는 경우도 늘지 않겠나 싶다. 농어촌공사가 채용에서 15% 지역할당 했다면 85%는 외지에서 온다는 말이다. 놀라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청년이 돌아오려면 교육여건이 중요한데….
광주ㆍ전남에서는 몇년 안에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가장 명문학교가 될 것이다. 내가 영광 출신인데, 영광 한빛원전이 홍농읍에 들어오고 나서 홍농초등학교가 영광군 전체 초등학교 중에서 학력 1등, 운동도 1등인 학교가 됐다.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고학력 부모가 많은 덕분이다. 혁신도시는 그보다 더 빨리 명문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전남도에서 문화적으로나 생활패턴에서나 생활수준에서나 가장 앞서가는 도시로 5년 안에 등장할 거라는 점이다. 수요가 있고 능력이 있기 때문인데 이같은 변화야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것이 역으로 전남에 좋은 자극이 되고, 선순환이 될 수도 있다.
조 한전 사장이 늘 하시는 말씀이 "한전 잠바(유니폼) 입고 식당 가면 소주 한 병이라도 더 주는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하시는데, 정말 혁신도시가 우리 전남에서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주민들이 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밀어붙여서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직원들은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최대한 원하는 바를 들어주려고 한다. 인근에 '호혜원'이라고 한센인들이 돼지를 키우는 곳이 있는데, 악취가 심해 입주민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전남도와 나주시가 합의를 해 돼지 사육농가는 완전 폐업보상을 하기로 내년 예산을 편성해뒀다. 최대한 빨리 집행해서 악취가 심해지는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내겠다. 거의 대부분의 양돈농가와 합의가 된 상태다. 축산업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내걸고 있는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려면 이 냄새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현실이다.
돈이 많다면 이 일대 지역을 통째로 사서 공영개발하고 싶다. 혁신도시와 가까우니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 심지어 인근 저수지를 산 회사도 있다. 저수지 땅을 메워 아파트를 짓겠다는데, 그 정도로 지금 건설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혁신도시 내 어느 빌딩에 어느 은행이 먼저 지점을 내느냐 경쟁이 붙었다.
오는 24일 공공기관장협의회가 발족하고 첫 회의를 한다. 여기에는 입주기관장 16명이 전원 포함되고, 광주와 전남은 광역자치단체단체장, 시장, 지사, 양쪽 교육감, 나주시장 등 5명이 들어간다. 그 다음에 지역 대학총장, 경제단체 회장들까지 더해져서 지역발전협의회를 따로 만들어 서로 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주문이나 요구도 하는 창구가 되게 하려 한다.
전국의 혁신도시는 지금까지 공공기관 이전에 중점을 둬 왔는데, 이제 공공기관 이전이 중후반으로 접어든 현 시점부터는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 기업 유치, 정주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인재 육성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소가 연계된 클러스터를 구축해 혁신도시가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정부가 이전 공공기관이 실질적으로 지역산업 육성과 지역인재 채용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실적,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 지역인재 채용 실적 등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
취임 만 6개월을 맞은 이 지사에게 국회의원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외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리 튀는 소리를 해도 최종결정은 집단이 하는데, 아무리 튀는 소리를 안해도 최종결정은 혼자 해야 하는 자리가 지방자치단체장 직이라는 점에서다. 이 지사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낙연이 결정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말이 꼭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고도 했다.
정치적으로 생각해 보면 임기 내에 무언가 업적을 내려는 욕심이 날 수도 있겠다고 하자 이 지사는 "혁신도시와 관계 없이 일하는 것보다 혁신도시와 함께 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혁신도시를 안착시키는 것이 도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거기(이전 공공기관)를 잘 모시는 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안=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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