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정청탁 금지 명문화는 혼란 초래..행위 열거가 효과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여야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의 핵심축인 부정청탁 규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행위 유형을 법 조항에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초 부정청탁 금지 규정을 법에 넣을 방침이었지만 모호하고 워낙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유형별로 규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3일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정기국회 때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부정청탁 행위를 9가지로 정리해 소위 위원들에게 제시했다. 여기에는 인허가 청탁, 처벌 감경 요청, 인사 및 계약 청탁, 비공개 정보를 누설하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곽진영 권익위 부위원장은 "청탁이 많이 이뤄지는 핵심적인 부분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지 행위를 법에 열거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 법안소위원인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지행위를 적시하는 게 일반적인 법체계"라면서 "부정청탁 행위를 법안에 열거하는 것은 다소 특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부정청탁 행위를 법에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눈을 돌린 것은 금지 행위를 열거하는 네거티브 보다 자의적인 해석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즉 법에 명시된 행위 외에 청탁은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법안소위 위원인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일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않는 행위를 법에 명시하면 청탁이 발생할 때마다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기준 의원도 "부정청탁 금지 규정을 열거하면 그 외 행위를 모두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행위를 법에 명시하는 방식에 대해 법안소위 위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권익위에서 제출한 9가지 부정청탁 행위 유형에 대해 "이 방법이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정무위는 15일 임시국회가 개회되면 22일께 법안소위를 열어 김영란법에 대한 추가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부정청탁 법조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이해충돌 방지, 금품수수 등 장애물이 많다"면서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는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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