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의 3주기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노동자로, 민주운동가, 정치인이었던 김 전 의원의 삶을 추억하면서 동시에 우리시대 '노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풀어 놓은 장이다.
전시장에는 김 전 의원의 서재에서 발견한 여러 자료들이 모여져 눈길을 끈다. 청년 김근태가 노동현장에서 딴 서른 개가 넘는 기술 자격증과 보일러공으로 일하던 시절 소음 속에서도 옥순아가씨에게 써내려간 연애편지 등이다. 옥순아가씨는 당시 노동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김 전 의원의 아내 인재근 의원의 가명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총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정정엽, 김진송, 임민욱, 이부록, 이윤엽, 배윤호, 옥인콜렉티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콜밴), 전소정, 심은식 등의 회화, 판화, 영상, 설치 작품 40여점이 선을 보였다.
전소정은 ‘미싱사’와 ‘김치공장의 노동자’들을 화면에 담아,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 하는 이 시대의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이러한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과 예술, 모방과 창조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배윤호의 '자카르타 중앙역'은 일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통해 가족을 위해 가족을 떠나는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환기시킨다. 자카르타 노동자들의 일상은 ‘주말 부부’, ‘기러기 아빠’로 대표되는 노동자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부록은 오랫동안 청계천에 버려진 철부산물들을 수집해왔다. 그의 작업은 산업사회에서 버려진 부품들, 낙오된 부품으로 취급돼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 고속성장의 근대화 이념에서 배재된 가치를 다시금 발굴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심은식의
'쌍용 해고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만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마련된 제작비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코란도 자동차를 재조립해내는 프로젝트를 촬영한 것이다.
김진송은 '개와 의자의 진화'란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쓰임을 먼저 계산하고 재료를 생각하게 되면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착취가 일어납니다. 아마 처음에 의자는, 나무 그루터기를 보고 앉아보니 편하다는 것을 알고 만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물질에서 쓰임을 발견하는 과정이지요. 지금의 구조는 반대로 쓰임을 만들어 내서 생산을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자연히 물질에 대한 과도한 소비가 발생하죠"라고 말한다.
정정엽은 작품을 통해 ‘생명’과 ‘노동’에 대해 말한다. 콩, 깻잎, 상추를 키워내는 텃밭을 가꾸는 농부의 손이 시장을 통해 또 다른 건강한 노동자의 생명을 키워냄을 상기시킨다. 오는 2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 02-720-937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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