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세월호 참사로 장기간 표류했던 박근혜정부는 곧바로 이어진 '정윤회 국정개입 파문'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집하는 비밀주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의사소통 방식이 화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질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측근들을 정리하고 인사를 포함한 국정운영 방식을 보다 공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파문에 대처한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박 대통령은 사안이 터진 뒤 곧바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지 않고, 비서나 각료들을 모아놓은 회의석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세월호의 경우 그동안 쌓여온 적폐 때문에 생긴 일이며, 정윤회 파문도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게 문제'라고 했다. 시중에선 이를 두고 '제3자 화법'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한다. 사건이나 의혹이 불거진 어떤 구조적 문제가 현 정부에 있는지에 대한 자기성찰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행보는 향후 수사에 대한 지침으로 해석돼 논란을 가중시킨다. 박 대통령은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견지한 '원칙'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3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 만큼 '일벌백계'를 천명하는 공포정치의 전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7시간 미스터리' '해양경찰의 무기력한 구조실패'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등 현 정부의 대응방식에도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여론은 악화되고 국정동력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정윤회 파문 역시 검찰수사가 진행되기 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후 비선실세가 실제 존재했을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비밀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많다. 이는 측근 중심의 불투명한 인사시스템과 그로 인해 반복되는 인사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대다수 국민이 수긍하기 어려운 공직후보가 느닷없이 발표됐다가 낙마하거나, 인선 배경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현 정부의 비밀주의 인사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준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언론이 제기한 낮은 수준의 검증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게 대표적 사례다.
폐쇄적 의사결정 시스템에 포함되지 못한 쪽과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공직자 인사검증이란 핵심 역할을 맡았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측근들과의 갈등 끝에 현 정부에 칼을 겨누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또 박 대통령의 인사결정 방식에 대항하다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비선실세 존재에 대해 핵심 증언을 하면서 박 대통령을 '코너'로 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당 일부를 포함해 정치권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권력 3인방에 대한 정리에서부터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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