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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방정책 VS 동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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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방정책 VS 동방정책 임근형 헝가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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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우리나라로부터 지구 반대편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아시아와 관계가 깊고 우리나라와 유사성이 많은 나라이다. 헝가리 민족은 우랄산맥 부근을 주유하다가 서기 896년 지금의 헝가리 땅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에 무엇을 했고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추측만 무성하다.


헝가리인들의 언어는 우리와 뿌리가 같은 우랄어족이고, 헝가리 사람들이 즐겨먹는 파프리카(고추)와 마늘은 우리와 비슷하게 처마에 줄줄이 달아 놓고 말린다. 우리처럼 성을 이름 앞에 쓰고, 주소와 연월일을 쓸 때 큰 단위부터 쓴다. 역사적으로도 주변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침략에 맞서 민족의 독립성을 유지해온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헝가리와 우리나라는 25년 전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북방외교를 기치로 세우고 동구권 국가들에 문호개방을 하고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남북통일을 앞당긴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북방외교의 첫 파트너로 헝가리를 선정한 데는 헝가리가 공산권 국가 중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이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를 공산권 국가 중 가장 먼저 선언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더불어 헝가리가 갖고 있는 아시아와의 역사적 인연도 헝가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요소였다. 수개월 간의 비밀 협상 끝에 대한민국과 헝가리의 외교 관계 수립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기대한대로 두 나라의 수교는 우리 북방 외교의 물꼬를 텄다. 우리나라는 헝가리와의 수교 이후 폴란드(1989년 11월), 유고슬라비아(1989년 12월), 소련(1990년 9월), 중국(1992년 8월)과 차례로 수교에 성공하고,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1991년 9월)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양국 관계에서도 지난 25년간 많은 성과를 이뤘다. 1988년 약 3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량은 2013년 2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교역 규모가 약 90배 성장한 것이다. 인적 교류도 활발해져 헝가리의 대통령, 대법원장, 외교ㆍ국방ㆍ경제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가 최근 2~3년간 우리나라를 연이어 방문했다. 헝가리 의대ㆍ음대에서 유학하는 우리나라 학생 수도 300명에 이르는 등 양국 간 인적교류가 다층적ㆍ다방면으로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개국 협력기구)의 핵심 일원인 헝가리의 제안으로 우리나라와 비세그라드 그룹 4개국 외교장관회의가 지난 7월17일에 개최됐으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비세그라드 그룹 간 협력을 정례화,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25년 전 우리가 '북방외교'를 추진했다면 헝가리는 지금 '동방외교'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 치우친 외교ㆍ정치ㆍ경제ㆍ문화 관계를 다변화하고 폭넓게 하겠다는 의도에서 오르반 정부는 2010년 집권 이래 동방정책을 내세우고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헝가리는 특히 동북아 한복판에 있는 우리나라를 동방정책의 성공을 위한 주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27일부터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총리 방한은 지난 4월 출범한 제3기 정부의 첫 번째 동방 외교 대상으로 한국을 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총 9명의 장관 중 5명의 핵심 부처 장관들과 100명이 넘는 경제인들을 대동하고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방한에 대한 헝가리 측의 진지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헝가리는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25년 전 우리의 북방외교에 화답한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동방정책에 화답해 주기를. 이제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헝가리를 진정한 파트너로 맞이해 양국이 새로운 번영의 25년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임근형 주 헝가리 대사
[아시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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