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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남 재건축 '주춤'…리모델링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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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남 재건축 '주춤'…리모델링은 '속도'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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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바로 옆동네 재건축 단지 가격 떨어지는 거 보니까 순식간이더라고요. 여러 면에서 리모델링이 더 경제적인 것 같아요."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속도가 빠른 개포동 대치2단지 입주민들의 분위기가 불과 2달 전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9ㆍ1대책' 발표 후 단지 내에서는 '재건축 선회'론에 힘이 실리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새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재건축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함께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조합 설립 직전인 지난 2008년 초 대치2단지로 이사왔다는 조합원 한모 씨(55ㆍ여)는 "인근 개포주공1단지는 9ㆍ1대책 전후로 42㎡형이 7억2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지금은 6억7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고, 개포주공2단지도 전용면적 26㎡의 경우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4억4000만원까지 뚝 떨어졌다"며 "반면 우리 단지의 경우는 조합 설립 이후 꾸준히 시세가 올랐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면서 분위기가 잠시 어수선해졌지만 입주민들이나 소유주 대부분 역시 리모델링이 답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르포]강남 재건축 '주춤'…리모델링은 '속도' 반포미도아파트.

한 씨의 말처럼 강남 재건축 단지 분위기는 심상찮다. 단기급등했던 단지들 위주로 호가가 계속 하락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평균 매매가가 0.10% 떨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가 하락을 주도했다. 강남은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가 250만~1250만원 정도 일제히 하락했고, 재건축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역시 전용면적 76㎡ 호가가 9월 중순 9억원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8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G공인 대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가격도 하락했지만 거래가 실종된 상태"라고 가라앉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치2단지의 경우와 같이 오히려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대치2단지와 준공시기와 조건이 비슷한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총회 이후 조합원 규모와 소유주 동의율 역시 늘어났다.


이날 만난 박철진 대청아파트리모델링조합장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그는 "시공사 선정 총회 이후 29명의 조합원이 추가돼 전체 조합원은 676명으로 늘었으며 총회에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85%가 리모델링 사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요구하는 일부 비대위 주민들에 대해서는 "조합에서 이미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업성을 비교ㆍ분석해 주민들에게 제시한 데 반해 비대위 측은 재건축을 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법 개정 후에도 사업을 시작하려면 8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데다 주민 분담금 규모가 커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1992년 준공된 대청아파트는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4월 이후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시공사 선정이 완료됨에 따라 9ㆍ1대책 이후 첫 시공사 선정이라는 점에서 반포 미도아파트, 대치2단지 등 인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재건축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데다 인근 대청아파트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민들의 오해가 풀리고 있다"며 "연내 사업비ㆍ공사비 등이 포함된 설계안을 마련해 내년 봄쯤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내년 하반기 건축심의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갑성 미도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칭) 위원장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부의 재건축 추가 대책 등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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