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테헤란서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전방으로 연결되는 킬러패스, 에이스 네쿠남 봉쇄 특명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0·독일)이 드디어 기성용(25·스완지시티) 카드를 꺼낸다.
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 5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친선경기를 한다. 요르단 평가전(14일·1-0 승)에 이은 두 번째 중동 원정 경기다. 이란은 내년 1월 호주(4~26일)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대비하는 대표팀의 좋은 훈련 상대다.
◇ 사령관의 복귀=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을 요르단과의 경기에 기용하지 않았다. 체력을 안배하고 핵심 선수가 빠진 중원의 경쟁력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24·카타르SC)과 장현수(23·광저우 부리)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공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중앙 수비수를 돕는 1차 방어 벽 역할에도 문제를 드러내며 전ㆍ후반 한 차례씩 골대를 맞는 슈팅을 허용했다. 이 경기를 통하여 전진 패스와 안정감 있는 경기 조율이 장점인 기성용의 공백을 확인했다.
기성용은 한국영이나 장현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구사하고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열한 경기를 모두 뛴 선수 가운데 패스부문 2위다. 경기당 55.2회(성공률 91.4%)로 필 자기엘카(32·에버턴·91.9%)와 경쟁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를 보도하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매우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실험을 할 여유가 없다. 그동안 준비한 과정을 유지하겠다"며 정예 멤버를 출전시킬 뜻을 내비쳤다. 기성용이 경기에 나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두 차례 친선경기에서 기성용을 주장으로 임명했다. 기성용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기성용은 "우리는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이란의 홈이지만 매우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 네쿠남 봉쇄=기성용이 상대할 주요 경계대상은 이란 축구대표팀의 간판 자바드 네쿠남(34·오사수나)이다.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고 위험지역에서 상대의 반칙을 유도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프리킥과 득점력까지 갖췄다. 국가대표 143경기에서 서른일곱 골을 넣었다. 2012년 10월 16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후반 28분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90분을 뛰며 패배를 경험한 기성용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 원정팀의 무덤=한국은 통산 다섯 차례 이란 원정경기에서 2무3패를 기록했다. 세 골을 넣고 여덟 골을 허용했다. 관중 약 10만 명을 수용하는 아자디 경기장은 지옥과 같았다. 홈팬들의 응원 열기가 엄청났다. 해발 1,273m 고지대여서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을 주는 곳이다. 한국 축구가 1960년 대회 이후 54년 만에 아시안컵 타이틀을 탈환하려면 이와 같은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한다.
이번 경기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우승 경쟁국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고 이란 원정의 징크스를 털어낼 기회다. 역대전적 9승7무11패의 열세도 만회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아시안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수들에게 숙제를 줬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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