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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만 포기' 야쿠르트 김장, 부산 아지매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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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35년차 이서원씨 "홀로 사는 노인보고 결심"

'135만 포기' 야쿠르트 김장, 부산 아지매 아이디어였다 야쿠르트아줌마 이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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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저의 작은 제안이 사회를 밝게 해주는 마중물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뻤어요."


한국야쿠르트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겨울철 국내 최대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김장나누기'는 부산의 야쿠르트아줌마인 이서원(67)씨의 따뜻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부산 남구의 한 주택지역에서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이 씨는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야쿠르트를 전달하며 외롭게 홀로 사는 노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며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다보니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뭔가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생각하던 중 김장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씨는 집에서 담근 김치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노인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씨는 "김치를 조금 드렸는데도 노인들이 어찌나 고마워하는지 자신이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이 같은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한국야쿠르트 부산지점에서 김장봉사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1년 첫 해는 부산지점 영업점에서 20여 명의 야쿠르트아줌마들이 함께 모여 김치를 담궜다. 이 씨는 "빨간 고무대야에 김치를 버무리고 동료들과 밥에 김치를 얹어서 먹는데 어찌나 맛있고 신나던지, 삶은 고기와 김치를 이웃에게 나눠주며 동네 잔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김장 나누기는 매년 이어져, 2004년부터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6개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14년 동안 야쿠르트아줌마들이 담근 김치는 135만 포기, 김치를 받은 곳만 27만5000가구를 넘어서며 국내 최대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씨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 초청을 받아 김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 씨는 "서울광장이 빨간색 김치로 물들어 가는 과정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며 "14년 동안 김장이 지속돼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엄청난 행사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더없이 흐뭇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35년 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야쿠르트 전달을 시작한 그녀는 야쿠르트아줌마 활동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객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지만 지금은 고객을 만나면 따뜻한 미소와 밝은 인사가 먼저 나온다.


이 씨는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가면 먼저 웃어주는 고객 덕분에 용기가 생기더라"며 "조금씩 내 일을 사랑하게 되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불우한 고객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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