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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연은 끝없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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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연은 끝없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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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인터뷰
[포천=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취임 200일을 넘긴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을 만나러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 원장실이 있는 산림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땅에 내려앉은 낙엽들이 수북했다. 모처럼 공식행사가 없어 연구원들이 입는 초록 재킷을 입고 기자를 맞은 이 원장은 "한 2주 전에 오셨으면 눈물 날 만큼 좋으셨을 텐데요"라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렇게 수목원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표정은 '산림청 사상 첫 여성 고위공무원' '국립 수목원장' 등 타이틀보다 "저는 정말 수목원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라는 고백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역대 수목원장들 대부분이 고시 출신이었던 것에 비해 이 원장은 연구사로서 이례적으로 원장의 자리에 올랐다. 정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광릉숲'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지만 원장의 자리는 오히려 '자신의 꿈을 접는 자리'였다고 한다.


"연구직 공무원일 때 나름 대의를 위해 나의 것들을 포기하면서 홍보든 뭐든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건 내가 하는 일의 틀 안에 있던 거더라구요. 지금은 전문분야 외 모든 일을 다 맡는 책임자로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휴식공간이면서 사라져 가는 식물들의 보관소이자 연구소이기도 하다. 최근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 참가한 국립수목원은 동아시아 생물다양성 보전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식물종 100종에 대한 도감을 발간했다.


"우리나라에선 희귀식물인 월귤이 몽골에 가면 흔하죠. 우리에게 흔한 소나무가 북쪽에선 귀합니다. 동아시아 차원에서 공동으로 중요한 식물들을 정리해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그에게 식물은 '삶ㆍ존재의 시작'이다. 우리는 흔히 멸종 동물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 곁에 식물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동물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식물이 사라지면서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는 게 현재 세계의 모습이다. 이 원장은 '결국 식물들을 보전하는 것도 이기적인 인간이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무관심 속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치료제, 미래 식량, 볼거리 등 사람은 먹거리 쉴 거리 입을 거리를 식물에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귀 식물 문제도 결국 균형의 문제입니다. 균형이 깨지면서 해충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 원장은 수목원을 기초 생물연구의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으로 인해 대학도 기초학문의 투자를 게을리하는 시대에 기초적인 생물적 기초들을 갖춘 곳이 한 곳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원장은 "첨단으로 가면 갈수록 기반이 되는 토대가 필요하다"며 "이름 모를 들풀이 새로운 약의 원천이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자신의 현재는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있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과정에서 겪은 우연과 필연의 결과'라고 했다. 어렸을 적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만나 꽃을 많이 접한 것은 우연이었다. 화가가 되겠다고 꿈꾼 적도 있었고 디자이너ㆍ건축가가 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재능이 없어 접고 '자연을 설계하는 분야가 있다'는 조언에 생명과학대학을 들어간 것은 필연 같았다. 이후 "여학생 한 명이니 꽃 박사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전공 교수님의 '비과학적인 말'에 꽃과 식물을 들여다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식물분류학이란 전공을 하게 된 것은 또 우연 같았다.


이후 임업연구사로 산림청에 들어온 이 원장은 우리나라 식물을 조사하고 분류하다가 가장 시급한 건 사라져가는 식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림청에서 남은 예산을 지원받아 10년간을 희귀식물을 찾아 헤맸다. "그 다음부턴 정말 '꽂혀서' 평생 산으로 들로 뛰었죠."


지금도 시간 나면 산으로 들로 나가보고 싶지만 희귀식물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문헌을 찾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도감 한 켠의 유달산에서 자라는 왕자귀 나무'라는 한 줄의 글을 보고 왕자귀 나무를 찾으러 갔을 때 얘기다.


"혼자 목포역에 왔는데 동으로 갈까 서로 갈까 막막하더라구요. 그냥 막막하게 가다 향기가 나기에 따라가 보니 그곳에 딱 피어있는 거에요. 보물 찾기 같은 때가 많았죠."


이 원장은 희귀 식물을 찾았을 때 기분을 알려달라는 말에 "한마디로 하기 어려운데"라며 머뭇거렸다. "각 식물이 사는 세상도, 이치도 다른데 그걸 들여다 보면 그 식물과 함께 세상과 격리된 듯한 느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듯 몰입하게 된다. 정말 감동적"이라는 게 이 원장이 어렵게 내놓은 설명이다.


이 원장은 수목원을 찾거나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일단 멈추고 서서 자연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산에 가시면 열심히 올라만 갈 뿐 옆에 무슨 나무가 있는지 풀이 있는지는 못 보죠. 그런데 혹시 은행나무 꽃을 보신 적 있으세요? 이른 봄에 손톱만큼 자라는 새싹이 얼마나 예쁜지 멈추고 서서 보면 수많은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시작해 조그만 것들을 보기 시작하고 자기 인생에 식물들을 갖고 들어오면 단언컨대 인생이 바뀌실 거라 생각합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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