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경영진과 산은지주를 상대로 투쟁에 돌입했다. 최근 사장 선임이 두 차례나 연기된 것을 두고 산은지주와 정부가 더 이상 경영간섭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우증권 노조는 여의도 본사 앞에 컨테이너와 각종 현수막을 설치하고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현수막에는 '지주의 일방적 경영간섭 원천봉쇄', '청와대 사추위는 즉각 해체하라' 등이 적혀있다.
지난달 30일 대우증권은 당초 이사회를 열고 사장 후보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사장 선임에 관한 안건을 이사회 의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다음 달 12일로 늦춰졌다.
이 같은 후보자 낙점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말 김기범 전 사장이 임기를 8개월 남겨두고 사퇴했고 이에 대우증권은 9월15일까지 사장 후보자를 정할 계획이었으나 현 정권 고위층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에 사장 선임이 미뤄졌다. 김 전 사장의 사퇴가 산은지주와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산은지주가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최근에도 이사회가 이영창 전 WM사업부문 부사장,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 황준호 상품마케팅총괄 부사장 등 내부 출신 후보 3명 중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할 계획이었는데 돌연 선임이 연기되자 산은지주의 경영간섭이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자 대우증권 노조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산은지주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면피 목적으로 만들고 실제로는 정치권 눈치봐가며 사장 선임하려 한다"며 산은지주와 대우증권 사추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위원회에 노조 참여토록 하는 것과 ▲대행체제시 이뤄진 검토사항과 조직개편안 공개 및 경영간섭·낙하산인사 원천봉쇄 ▲현 사장후보자 3인 전원사퇴 및 전무급 이상으로 내부인원 대상 확대해 내부공모 재시행 ▲이전투구 몰아간 기존 후보자 중 사장선임 결사반대 ▲향후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는 공식적 입장표명 등 5가지다.
지난 3일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소식지를 직원들에 배포했다. '노동조합 투쟁결의, 대표이사 선임 연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소식지다. 전날에는 이자용 노조 위원장이 비슷한 내용으로 3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자용 위원장은 편지를 통해 "대주주인 산은지주는 회사의 발전에는 관심 없이 사추위라는 언론으로부터의 면피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성 조직을 만들고 실제로는 정치권의 눈치를 봐가며 사장을 선임하려 있다"면서 "향후 경영 자주성과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산은지주와 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반대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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