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측에 공항 입국심사 신속화·전문직비자 쿼터 확대·콘덴세이트 수출 확대 등 요청…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판정 우려 전달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국과 미국의 재계 관계자들이 모여 양국간 주요 현안과 교역 2조 달러 달성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한국 재계는 미국 측에 공항 입국심사 신속화,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수출 확대 등을 요청하고 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판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재계회의는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양국 경제협력 및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설립한 대표적인 민간경제협의체다. 한미재계회의는 한미 FTA 체결,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등에 기여했으며, 양국 재계간 최상위의 협력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한국 측 위원장을, 폴 제이콥스 퀄컴(Qualcomm) 회장이 2012년부터 미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재계는 이번 총회에서 미국 측에 한미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4대 과제로 미국 공항 입국심사 신속화,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미국산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수출 확대를 요청하고, 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판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먼저 한국 재계는 양국 간 관광활성화를 위해 최대 80분이 소요되는 미국 주요공항의 입국 심사를 신속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 7월 항공권에 부과하는 미국 보안검색 수수료를 2.5달러에서 5.5달러로 두 배 이상 인상했으나, 주요 공항에 설치된 입국심사 부스는 아직도 절반 이하만 운영돼 입국심사 시 장시간 소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등 비자면제프로그램 적용국가의 국민이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하는 경우, 무인입국심사대를 이용해 빠르게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및 안내가 부족해 활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 재계는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연 136만명(2013년 기준)을 넘어선 가운데 양국 간 관광활성화를 위해 미국 국토안보부가 입국심사의 인원과 시설을 확충하고 입국심사를 신속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한국 재계는 한미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후속조치로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촉구했다. 2012년 기준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7만2295명)는 중국(19만4029명), 인도(10만270명)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데, 한국에 발급되는 전문직 비자는 전체의 1.9%(2662명, 2012년 기준)에 지나지 않아 미국 유학 후에도 한국인의 미국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 주요 FTA 상대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를 제공한 선례가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 우리 국민에 연간 1만5000개의 비자를 제공하는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와 함께 40년 만에 수출이 허용된 미국산 콘덴세이트 관련해 증류탑 처리를 거치지 않은 콘덴세이트의 수출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산 콘덴세이트 가격은 국제 시가에 비해 배럴당 약 5달러 낮은 수준으로 미국산 수입 시 우리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미국석유협회 검토 결과, 원유 수출은 미국 내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적자를 233억 달러나 축소시키는 등 양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현재 수출을 허가 받은 기업이 2곳에 지나지 않고, 증류탑 처리를 거치지 않은 콘덴세이트는 원유로 구분돼 수출이 불가한 상황이어서 원활한 콘덴세이트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국 재계는 미 측에 콘덴세이트 수출은 한미 양국 경제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며 비처리된 콘덴세이트 또한 수출을 허용하기를 요청했다.
아울러 한국 재계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이 지난 8월 최종 덤핑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의 통상환경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최종 덤핑 마진 계산 시, 한국과 관련 없는 다국적기업인 테나리스사의 영업이익률을 적용해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는 WTO 조세와 무역에 관한 이행 협정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 재계는 양국의 경제협력확대를 위해 미국의 통상환경이 공정하게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은 "한미FTA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5월 한국은 대미수출 누적 1조 달러를 달성했다"면서 "양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에너지, 관광 산업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교역 2조 달러(올 9월 현재 누적 1.8조 달러)를 곧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조양호 위원장, 폴 제이콥스 위원장 등 양측 위원장을 비롯해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 커트 통 미 국무부 부차관보, 홀리 빈야드 미 상무부 부차관보 등 양국 정부인사와 양측 재계회의 위원 70여명이 참석했다. 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영오찬에 참석해 한국의 경제정책과 한미경제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전했고, 저녁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주최 환영만찬이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