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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시대 中]사사건건 충돌 미·중, 경제패권 게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9초

글로벌시리즈-2014 신냉전은 경제大전쟁

33년 전 코카콜라 중국 진출, 양국 협력시대 열어
단기간에 경제격차 좁혀지면서 세계 시장서 대립
홍콩 시위로 날선 대립각, 중국 기업규제에 美 불만
양국 갈등 갈수록 깊어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을 대표하는 음료업체 코카콜라에 1981년은 100여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였다. 1981년 4월 15일 코카콜라가 중국에 첫 콜라 공장 문을 연 것이다.

냉전 분위기 속에 코카콜라의 중국 진출 도전은 수십년 간 실패를 거듭했다. 반미주의가 팽배한 중국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은 '매국행위'였다.


그러던 코카콜라에 1972년 미·중 관계 정상화, 1979년 미·중 공식 외교관계 수립 같은 화해 무드가 기회를 열어줬다. 당시 미 기업들은 중국에서 직접 영업할 수 없었다. 이에 코카콜라는 중국 국영 식품 수출입 업체 코프코(中粮集團·COFCO)와 계약을 맺고 중국 본토로 입성했다.

코카콜라의 중국 진출은 새로운 미·중 경제협력 시대를 상징했다.


1990년대부터 가속화한 세계화와 중국 정부의 경제개방 정책으로 글로벌 자금이 중국에 활발하게 유입됐다. 이는 지난 25년 동안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이다.


1990년 35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10년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200억달러(약 126조732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99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900억달러로 미국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고 30%대의 초고속 성장으로 지난해 중국의 경제는 9조달러에 육박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역사상 두 자릿수 성장률이 수십년 동안 지속된 나라는 중국 말고 없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세계은행의 보고서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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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중국, 미국과 맞서다= 세계인들의 인식 속에 중국은 이미 명실상부한 '슈퍼 파워'다. 미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세계 44개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디가 최강국인지' 물어봤다.


미국을 최강국으로 꼽은 응답자가 40%, 중국을 꼽은 이는 31%다. 2008년 30%포인트였던 격차가 9%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이다. 특히 응답자들 가운데 절반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패권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 돈 보따리를 풀며 맹주의 지위에 올랐다. 달라진 위상을 과시라도 하듯 중국은 이제 사사건건 미국과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운운하며 미 기업들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IT) 기업 구글이 2010년 중국에서 벗어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해 애플을 '올해의 나쁜 기업'으로 선정했다. 중국 정부는 애플의 소비자 권리 침해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거만하기로 소문난 애플은 결국 중국어 홈페이지에 긴 사과문까지 올리면서 고개 숙였다.


반독점과 관련해 조사 받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퀄컴 같은 IT 기업만이 아니다.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업체, 공급사, 딜러 등 1000여개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을 조사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시장 독점행위가 확인된 기업에는 전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물린다.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 때리기는 미 기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12곳이 지난 8월 12억위안(약 2071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는 유럽 자동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 아우디에는 부품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고 차량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18억위안의 벌금이 부과됐다. 2008년 중국에서 반독점법이 시행된 이래 최고 벌금액이다.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될 기업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끝나가는 중국 골드러시= 중국으로 진출한 미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성장둔화라는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치솟는 비용과 강화하는 자국 보호주의는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기업들의 중국 골드러시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최근 진단했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업 중인 미 기업의 60%는 '중국에서 과거보다 환영 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 19%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중국에서 환영 받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9%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들 가운데 절반은 자사가 중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은 미래 사업 계획에 그대로 반영된다. 미 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 결과 미 기업들 가운데 27%는 내년 중국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유럽 기업들 상황도 비슷하다. 주중 유럽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 중국에서 신규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48%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줄었다. 2011년 조사에서 유럽 기업의 73%는 앞으로 중국 내 순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이 비중은 10%포인트 줄었다.


해당 기업은 물론 미국·유럽 정부도 중국에 기업 때리기를 그만두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기업에 대한 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고속성장 덕에 달콤한 열매를 따먹은 외국 기업들의 상황이 최근 2년 사이 급변했다"면서 "중국에서 축제는 이미 끝났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태, 미·중 관계의 분수령= 중국과 미국은 남중국해 등 영토문제, 사이버 분쟁, 환율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외교 전략이 '빛을 감추고 조용히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적극적으로 할 말은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사건이 홍콩 민주화 시위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미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중국 정부를 압박할 정도로 홍콩 사태 개입에 적극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양국 대표들이 만날 때마다 홍콩 문제가 설전의 중심에 서곤 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간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곤 한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최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문제가 내정 문제라며 "어느 나라도 이에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양 국무위원은 이어 "미국이 홍콩의 번영에 도움 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개입이 홍콩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미 의회 산하 대중(對中) 집행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 등 중국의 인권상황이 나빠졌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미국이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대를 조종해 중국에서 정권까지 교체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홍콩 사태를 둘러싼 미·중의 힘겨루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위대가 중국 당국에 요구하는 '보통 선거 보장'은 서방식 선거제도로 간주된다. 이는 13억 인구의 중국을 분열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홍콩 사태를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홍콩 문제의 악화로 이달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되는 것은 물론 그러지 않아도 삐걱거리는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홍콩 사태와 관련해 오바마 정부가 밝힌 입장은 겁쟁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계속 강경 대응으로 나온다면 미국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이번 사태가 향후 미·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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