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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침체기' 韓 마라톤, 이봉주를 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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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침체기' 韓 마라톤, 이봉주를 쫓아라 이봉주[사진=노해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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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회 전국체육대회가 3일 막을 내린다. 글쓴이는 남자 마라톤을 가장 주목했다. 제주종합경기장에 출발해 곽지해수욕장 반환점을 돌고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42.195㎞ 풀코스에서 혹시나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레이스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코스의 표고 차가 크지 않았지만 선두로 골인한 성지훈(23·고양시청)의 기록은 2시간19분14초였다. 10년 넘게 깨지지 않는 한국 최고기록 2시간7분20초에 10분 이상 뒤졌다. 거리로 따지면 약 4km차. 2시간2분대에 들어선 터보 엔진 수준의 선수와 겨루면 거리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악천후에 마라톤으로 전환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2분53초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웠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마라톤 유망주에 계속 기대를 걸어 보는 수밖에.

근래 전국체전 마라톤에서는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종 국제대회가 연중 열리는데다 기록보다 순위를 따지는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12년 전 거의 비슷한 코스에서 열린 제83회 제주 대회에서 이성운은 2시간18분42초로 우승했다. 나쁜 날씨가 아니었지만 2시간10분의 벽을 깨지 못했다.


최근 한국 마라톤은 1960~1980년대에 버금가는 암흑기를 겪고 있다. 2009년 대구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지영준이 2시간8분30초를 찍은 뒤 국내외 어느 대회에서도 2시간10분 안쪽으로 뛴 선수가 없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2시간 5~6분대 정도의 기록을 꾸준히 유지해야 경기 당일 출전 선수들의 컨디션과 레이스 여건 등의 변수에 따라 좋은 성적을 노릴 수 있다. 한국의 현 상황은 이와 아주 거리가 멀다.

1970년대 한국 마라톤의 암흑기를 대표하는 사례가 전국체전 역사에 남아 있다. 1972년 제53회 서울대회 마라톤 우승자의 기록은 2시간29분12초. 당시 한국 최고기록보다 11분38초, 세계 최고기록보다 20분39초가 뒤졌다. 36년 전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금메달을 딸 때 기록(2시간29분19초2)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관계자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요즘 마라톤 동호인들의 목표인 ‘서브 3(42.195km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달리는 것)’ 수준이다. 그런데 당시는 전국체전 마라톤의 위상이 요즘 같지 않았다. 새로운 기록을 기대할 수 있는 대회가 봄에 열리는 동아마라톤대회와 가을에 개최되는 전국체전 달랑 둘 뿐이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이봉주. 요즘 방송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그를 스포츠팬들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기억한다. 사실 한국 마라톤 발전에 끼친 공로는 올림픽 메달 이상이다.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대회에서그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은 1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당분간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봉주는 2014년 현재 한국 마라톤 톱 10 기록 가운데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봉주 외에 톱 10 기록 보유자는 김이용과 황영조, 지영준, 김완기다. 이봉주는 여섯 기록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이 넘는 사이에 수립했다. 얼마나 성실한 선수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봉주는 스포츠팬들에게 올림픽 메달에 못잖은 큰 선물도 안겼다. 1897년 출발한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1947년 대회에서 서윤복이 우승하기 전까지 미국과 캐나다 선수들의 잔치였다. 서윤복은 첫 번째 아시아 선수 우승자다. 1950년 대회에서는 함기용과 송길윤, 최윤칠이 1~3위를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한국 마라톤은 앞서 얘기했던 오랜 기간의 침체기가 있었다. 이 사이 일본은 1966년 대회 기미하라 겐지(1968년 멕시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1981년과 1987년 대회 세코 도시히코 등 2001년 대회에서 이봉주가 2시간9분43초로 우승하기 전까지 우승자 여덟 명을 배출했다. 일본 마라톤이 강세를 보이던 시기다.

1990년대에 접어들며 아프리카세가 세계 마라톤을 휩쓸기 시작했다. 보스턴대회의 경우 1991년 대회부터 2000년 대회까지 열 차례 연속으로 케냐 선수들이 1위에 올랐다. 이봉주 이후에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열두 차례 우승을 나눠 가졌다. 올해 겨우 미국 선수인 멥 케플레지기가 이봉주 이후 13년 만에 비 아프리카 선수로 1위로 골인했는데 그 역시 에리트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다. 에리트리아가 에티오피아에서 분리 독립한 나라이니 사실상 에티오피아 혈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세등등한 아프리카 세력을 꺾은 이봉주의 역주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역사에 찬란히 빛나고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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