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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양궁, '김우진 시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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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G 아픔 딛고 세계기록 행진…전국체전 5관왕 도전

韓 양궁, '김우진 시대' 다시 열린다 김우진[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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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양궁 천재'가 돌아왔다. 일정한 궤도로 화살들을 날려 과녁 정중앙에 꽂았다. 사대의 위치가 바뀌어도 흐름은 그대로. 제주 특유 해풍마저 꿰뚫으며 남자 리커브 랭킹라운드 네 개 거리(30mㆍ50mㆍ70mㆍ90m)에서 1391점(144발)을 쐈다. 세계신기록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수립한 종전 기록 1387점을 4점이나 경신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어요.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아요."

세계양궁연맹(WA)이 공인하는 전국체육대회에 충청북도 대표로 나선 김우진(22ㆍ청주시청). 강심장의 소유자다. 바람이 아주 강할 때만 오조준을 한다. 웬만해선 화살을 강하게 쏴 저항을 극복한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벌써 세 개째 금메달(30mㆍ50mㆍ70m). 두 개는 세계기록으로 땄다. 제주 성산고교에서 29일 열린 대회 양궁 남자 일반부 70m 경기에서 352점을 기록했다. 김종호(18ㆍ인천계양구청)가 지난해 7월 19일 대통령기남녀전국대회에서 세운 미공인 세계기록 350점을 뛰어넘었다. 이튿날 30m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남기지 않았다. 360점 만점(엑스텐 23발)으로 오진혁(33ㆍ현대제철)이 2010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세운 세계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백미는 네 개 거리 성적을 합친 랭킹라운드.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해 장·단거리를 가리지 않는 최고의 명궁으로 거듭났다. 홍승진(49) 청주시청 감독은 "안정된 스탠스와 풀 드로우(목표물을 조준하고 지탱하면서 릴리스 전까지 타이밍과 균형을 잡는 과정)로 강풍을 극복하면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장영술(54)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국제대회가 토너먼트로 바뀌면서 양궁의 본질인 기록이 흐려진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흐름에서 나온 결실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우진이 꼽은 비결은 경기감각 유지. 그는 경기 이틀 전인 27일에야 제주에 도착했다. 사전 개방에도 경기장을 찾지 않고 청주에 머물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홍 감독은 "제주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일정을 늦췄다. 현지 적응도 중요하지만 최상으로 끌어올린 몸이 바람에 대한 걱정으로 경직될 것 같았다"고 했다. 김우진은 "경기 전날에야 주위 환경을 파악해 불안했는데 끝까지 리듬을 유지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씻어 기쁨은 두 배다. 김우진은 충북체고 시절 대표팀에 선발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2011년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체전 금메달도 석권했다. 그러나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2년 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올해 대표팀에 복귀한 김우진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재기의 발판으로 여겼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인·단체전 본선 출전자를 고르는 대회 예선에서 1354점을 쏴 3위 구본찬(21ㆍ안동대ㆍ1362점)에게 8점차로 밀렸다.


당시를 떠올리면 쓰라릴 법도 하지만 그는 환하게 웃는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동고동락한 동료잖아요.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떤 경기든 팀이 우선이죠." 홍 감독은 "안타까운 탈락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맺혔는데 오히려 제자가 대범한 모습을 보여 기특했다"며 "그 긍정의 힘이 한 달여 만에 아쉬움을 씻은 원동력"이라고 했다. 김우진은 "열심히 연습한 성과가 이제야 나타난 것 같아 기쁘다"며 "이번 금메달로 경기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금빛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일부터 열리는 개인전과 단체전 토너먼트에서 최대 5관왕에 도전한다. 대업에 다가서면 김우진은 유력한 대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부상하게 된다. 세계 정상급을 자랑하는 국내 궁사가 모두 참가하는 대회에서 5관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전국체육대회 양궁에서 5관왕을 이룬 선수는 한 명이다. 박성현(31) 전북도청 감독으로 21살이던 2004년 대회 여자 일반부 50m·60m·70m·개인전·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당시 개인종합·단체종합·70m·단체전 합계 등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그는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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