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정면 승부를 걸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자니 위험이 크고, 현재처럼 소극적으로 공략했다가는 유망한 시장을 놓치게 된다.
동남아는 이미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자동차시장 5위에 올랐다. 이미 인도와 러시아보다 더 큰 시장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년 전 진출해 이 시장을 선점했다. 게다가 이 지역 주요 국가가 친환경차를 보급한다는 명분 아래 자국에서 생산하는 업체를 키우겠다고 나서면서 서구 업체의 시장 공략이 더 어려워졌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네시아 공장을 예로 들어 “서구 자동차 업체들이 동남아 시장에 다시 힘을 쏟고 있다”면서 그러나 GM을 비롯해 서구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세안 한 곳 허브 전략 흔들= GM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 중 한 곳에 공장을 지어 이 곳을 자동차 생산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GM은 아세안 생산 허브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베카시 공장에서 7인승 ‘쉐보레 스핀’을 생산하고 있다. 베카시 공장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16㎞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허브는커녕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저비용 그린 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엔진을 포함해 핵심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해 생산하는 업체와 친환경 소형차에 한해 법인세와 소비세를 낮춰준다는 내용이다.
GM은 인도네시아에 엔진 공장이 없다. FT는 “GM이 인도네시아에 엔진 공장을 지으려면 1억달러를 들여야 한다”며 “도요타는 이미 북부 자카르타에서 엔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016년까지 자바 서부지역 카라왕에 둘째 엔진 공장을 열 예정”이라고 비교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비슷한 친환경 소형차 지원 정책을 도입했다. 태국은 지난 3월 ‘에코 카’ 정책의 2단계를 공개하고 친환경 소형차 생산업체로 인정받으려면 2018년까지 부품의 4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이 부품에는 엔진의 5개 핵심 부품 중 4개가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제도로 인해 어느 한 나라에서 생산한 소형차를 동남아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가 어려워졌다. ASEAN이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내년 말에 출범시키려고 준비 중이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이미 비관세장벽이 높게 쳐진 것이다.
GM 국제사업 담당 스티븐 자코비 사장은 “아세안 국가들이 녹색 정책이라는 우산 아래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자코비 사장은 이에 따라 “아세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허브를 가동한다는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들려줬다. 친환경 차 요건을 충족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매우 큰 위험이 따른다고 그는 설명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동남아 현지 생산과 관련해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은 이런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FT에 아세안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지 생산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印泥 차 보유대수 6년내 51% 증가 예상= 인구가 6억2000만명인 동남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자동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민간단체 ‘아세안 비즈니스클럽’은 “자동차가 덜 보급된 가운데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시장이 전례 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020년이면 74대로 51% 증가할 것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는 내다본다. 반면 독일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수십년 전 이 지역에 터를 잡고 부품 공급망과 판매망을 구축했다. 도요타만 해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5개국 자동차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시장조사회사 LMC오토모티브는 집계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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