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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전 장관 "북핵, 압박보다 실용적 로드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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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합의 20주년 행사서 "한국, 적극적으로 협상 나서야"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각기 나름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주최로 20일 열리는 제네바합의 2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한 전 장관은 "지금 한국에게 외교적 공간이 열린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현실적이면서도 가능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도 수긍할 수 있는 실용적 북핵 로드맵을 짜야 한다"며 "우리의 발언권을 키우는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장관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무력분쟁이 아닌 한 북핵문제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렵다"며 "중국도 북핵 해결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한꺼번에 커다란 압력을 가하는 것이 어렵고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압박을 취하는 것과 동시에, 주어진 외교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생색내지 않고 메가폰적 외교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 합의 당시 외교수장으로 정부 내부 의사결정과 한미 간 정책조율을 주도한 한 전 장관은 '제네바 합의가 실패했다'는 평가엔 동의하지 않았다. 제네바 합의는 1994년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기본 합의문이다. 그는 "당시 합의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과 시설을 폐기한다는 조항을 명시했고 이는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이었다"며 "합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행하고 검증하는 과정의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한 전 장관은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문제가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압박이나 제재만으로 북핵을 동결하거나 저지하는 건 어렵고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다시 관심을 갖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의 틀로는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봤다. 한 전 장관은 "6자회담은 6개국이 모여 합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양자협상이 가능한 틀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간 북ㆍ미 간 합의는 6자회담 맥락 속에서 만들어졌고 3자와 4자 간의 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직접 연계는 북한이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개선은 핵문제의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상황과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그러나 비핵화가 안 되면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식으로 전제조건을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전 장관은 또 북한이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남한과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오려 한다"며 "경제상황의 개선은 북한 내부의 변화와 남북관계, 전체 한반도 주변 상황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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