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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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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거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경제학자 한국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

내년 경제전망 어두워 "돈을 돌리자"
떨어진 금융신뢰 회복 절차탁마해야

[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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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박성호 금융부장] "이제 기업이 로비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해달라고 로비하는 게 맞습니다. 합리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줘야 합니다."

금융싱크탱크 한국금융연구원의 수장인 윤창현 원장(54ㆍ사진)이 취임 2년6개월을 맞았다. 윤 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KB금융지주 내분 사태, 동양 불완전판매, 카드사 정보유출 등 산적한 금융현안에 대해 묵직하고 입바른 목소리를 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한국 금융의 싱크탱크의 사령관이지만 각종 세미나에서 다른 초빙강사들의 강연을 꼼꼼히 받아적으며 연구하고 토론하는 개방형 금융연구학자로도 유명하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원장실에서 만난 윤 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참석했다 전일 돌아와 시차적응도 안됐지만 이미 내년도 경제전망을 위해 연구원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내년 경제성장에 대해 그는 "혁신적인 규제개선 없다면 내년 경제도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 정부가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로 그 한계가 있다. 이제 대폭적으로 규제를 풀어줘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금 취하고 있는 재정ㆍ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도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관료사회에 일침을 날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한은의 깊은 고민의 결과로 의미 있는 결정이다. 물론 가계부채와 같은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선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재정과 통화 외에 규제측면에서 조성해야 한다."

[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어두운 내년 전망…규제 풀어 투자활성화로 = "너 어떻게 하면 돈쓰고 투자할래? 물어봐서 어떤 게 문제라고 답하면 바로 도장 찍어주고 풀어줘야 합니다." 윤창현 원장의 주문이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로 대표되는 기업이 정체가 되고 있다는 건 우리 스스로 혁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최악이 되기 전에 수도권 규제 같은 걸 풀고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 새로은 '이노베이션'을 일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의 예를 들면 첫번째화살(통화완화), 두번째화살(재정확대)보다 세번째화살(경제개혁)이 더 핵심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전 세계가 돈을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도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재정확장의 약발도 시원찮다. 결국 세부적인 산업 규제 완화가 답이라고 했다.


기업의 투자가 절실해진 이유는 비관적인 내년 경제전망 탓도 있다. 경기사이클 상 내년의 경기는 올해보다 나빠진다고 전망했다. "너무 완만해서 그렇지 2012년 3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우리 경제는 아주 완만한 경기확장국면을 밟아왔어요. 그런데 내년엔 이것 조차 꺾이면서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IMF총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언급한 '뉴 미디오커(new mediocre 보통에 불과한) 시대'를 언급하며 "적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따뜻한 그릇 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언제 뛰어나가야 하는 지 모른채 죽어가는 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금리 2.0% 시대…대비해야" = "금융부채의 시대에서 금융자산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윤 원장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제 금융자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이상 은행 영업도 소극적인 '이자놀이' 형태의 모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원장은 "금융이 서비스산업으로서의 한계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불신이 작용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수익기반을 다변화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하와 기획재정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상징되는 '정책공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기관을 보면 호흡이 잘 맞춰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식의 공유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잘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전국이 들썩일만한 금융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KB금융 내분 사태를 비롯해 올 초에는 카드사 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고, 취임 당시인 2012년에는 저축은행 사태로 온나 라가 떠들석했다. 그 원인을 윤 원장은 경영진의 단기업적주의가 폐해라고 봤다. 이 때문에 해답은 장기적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메커니즘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어 언제 나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어떤 제도든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지주 체제는 '옥상옥' 적 측면을 고려하되 자회사간 다양한 협력체제를 유도하는 '따로 또 같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현재 주력하는 부문은 교육이다. 금융수학 경시대회 등의 행사를 통해 금융교육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금융교육을 활성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는 "은행금리, 주식투자, 수익률, 환율 등 모두가 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서 "금융 위기 피해가 크게 확산된 배경에는 금융과 수학의 인식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릴 적부터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금융 신뢰 떨어졌지만 절차탁마해야 = 금융보신주의 논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드러냈다. 금융산업은 상시적인 감독체계가 존재하는 분야인데다, 실물에 대한 지원이 중요시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 이다. 윤 원장은 "금융권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조화로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에 떨어진 금융에 대한 신뢰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달 23일 최초로 발표한 'KIF금융신뢰지수'에도 극명히 드러났다. 금융에 대한 종합적인 신뢰도는 89.5점으로 긍정적 답변 18%, 부정적 답변 33%를 기 록했다. 특히 금융감독 효율성 지수는 금융신뢰지수를 구성하는 9개 항목 중 최하위인 61.3점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앞으로도 1년에 두번씩 금융신뢰정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추상적인 말들이 많았는데 숫자로 잡아보고 싶어서 설문조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조사 결과 다른 업종에 비해 금융업은 큰 사고가 터졌을 때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보다는 이를 관리하는 감독당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향이 강했는데 이것 역시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권 지배구조의 문제로 지적되는 '관피아'와 '정피아'에 대해서는 '인적자본'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피아'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력의 전문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공무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한 부분을 무시한다면 사회전체적으로 인적자본을 잘못 배치하고 사장시키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치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우리가 교과서로 떠받들었던 월가 모델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시장 실패를 보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작습니다. 대안을 생각할 때 정부가 나서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요."


[아시아초대석]"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로비할 때"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창현 원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경제학과에 학사편입했다. 대학 시절 대자보를 통해 뜨거운 경제논쟁이 활발한 걸 지켜보면서 "이런건 물리학 공식으로 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게 졸업 후 편입의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 '매판자본'과 같은 말이 입에 오르내렸다. 발전의 모티브가 '큰 정부'에서 온 한국 현실에서 자유주의만을 견고하게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다.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적자생존(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좋은 말이 있으면 바로 손을 움직이고,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 기억하려는 버릇이 있다.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금융연구원장




박성호 금융부장 vicman1203@asiae.co.kr
정리 =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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