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적신호' 1000원 팔아 29원만 남겨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매출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2.9%까지 떨어졌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 법인기업의 성장성지표는 하락했으나 안정성지표는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16일 결산일이 6~12월인 국내 영리 법인기업 49만2000개를 조사해 집계한 '2013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2.9%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종전 최저치였던 2012년의 3.4%에서 하락폭을 더 키운 것이다. 2009년에는 3.9%였던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2010년 4.9%까지 올랐지만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매출에서 원가와 이자비용 등 모든 기타비용을 제외한 뒤 세금 부과 직전 기업에 남는 순이익의 비율이다. 지난해 기업들은 1000원을 팔아 29원만을 남긴 셈이다. 업종별로 봐도 영업외수지 악화로 제조업(5.2%→4.7%)과 비제조업(1.6%→1.1%) 모두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처분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영업외수지 악화로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 비중이 전년 대비 0.5% 포인트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전년 수준(4.1%)을 유지했다. 제조업(5.1%→5.3%)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고 비제조업(3.1%)은 전년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기업의 성장성 역시 크게 꺾였다. 매출액증가율은 2012년 5.1%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졌다. 2011년 12.2%와 비교하면 6분의 1로 줄었다. 이는 금속제품, 석유ㆍ화학, 전기전자 및 운수 등 대다수 업종의 증가폭이 축소되거나 감소로 전환돼 제조업(4.2%→0.5%), 비제조업(6.1%→3.6%) 모두 증가율이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총자산증가율(5.1%→4.6%)도 전년보다 축소됐다. 운송장비,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4.6%→5.6%)은 상승했으나 도소매, 부동산ㆍ임대 등 비제조업(5.4%→3.9%)은 둔화됐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260.0%에서 283.9%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상승한 반면 금융비용부담률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의 비중은 전년에 비해 하락한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500% 이상인 업체 수 비중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뚝 떨어졌지만 안정성은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147.6%에서 141.0%로 낮아진 것. 부채비율은 석유ㆍ화학, 조선 등을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101.0%→92.9%)이 전년 대비 하락했으며 비제조업(199.1%→195.4%)에서는 건설, 부동산ㆍ임대 등이 하락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31.9%→31.5%)도 하락했는데 제조업(25.6%→24.5%)이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이끌었다. 비제조업(36.6%→36.7%)은 전기가스, 전문과학기술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 실적을 보면 대기업의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이 4.0%에서 3.0%로 떨어졌고, 중소기업은 2.4%에서 2.6%로 올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대기업(4.7%→4.7%), 중소기업(3.1%→3.2%) 모두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부채비율은 대기업(140.1%→133.5%)과 중소기업(174.3%→168.3%) 모두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ㆍ중소기업 모두 안정성지표의 개선추세가 이어진 가운데 수익성지표는 정체됐다"며 "성장성 지표에서는 중소기업이 상승한 반면 대기업은 하락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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