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북이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둘러싸고 4년여 만에 경기도 연천 휴전선 일대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북한 측이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정부는 2차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이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발언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닌데다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적절한 시기에 고위급 접촉 시기와 장소를 북측에 통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정상 이르면 이번 주 초에 2차 고위급 접촉의 구체적 일정과 장소 등을 제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 당국자는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측의 합의가 있었던 만큼 우리 측의 준비는 일정대로 진행하면서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우리 측이 고위급 접촉을 공식 제의한다고 하더라도 북측이 즉각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11일 2차 고위급 접촉을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하고 같은 달 19일을 희망하되 북한 측이 편리한 시기에 할 것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근 두 달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북한 측은 지난 3일 인천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북한 측 대표단을 통해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최고위급 3명을 인천아시안게임폐막식에 참석시키겠다고 통지한데 이어 4일에는 2차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자고 다시 제의해 우리 측이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남북 해군 간 교전이 벌어졌고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이뤄진 10일 육상 군사분계선 인근인 경기도 연천군에서 총격이 오갔다.
북한은 12일에는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더 강한 '물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담화는지난 4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북남 관계 개선 계기였다고 언급하고 "이에 따라 제2차 북남 고위급접촉도 일정에 올라 있다"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모처럼 마련돼가고 있는 개선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통일부는 "북한이 고위급접촉을 위한 남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전제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은 서로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다 적절한 시점에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통일부 당국자는 "2차 고위급 접촉은 이미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되풀이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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