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 시대의 도전과 응전
가격 안되면 기술력과 M&A다…비가격경쟁력 강화를
올 수출증가율 보면 한국은 오히려 늘고 일본 줄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슈퍼달러에 엔저바람이 가세하면서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역발상 투자'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화약세를 통한 수출특수보다 엔저로 인한 수출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가격경쟁력'부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점이란 분석이다.
엔저로 한국 경제의 '위기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아직 체감되는 수출물량 감소는 미미하다. 10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2.1%에 이어 올 상반기 2.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은 3.6%나 뒷걸음질 쳤고, 중국은 0.9% 오르는 데 그쳤다. 엔저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1∼9월 사이로 기간을 늘려도 수출은 4254억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2.9%(잠정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달러ㆍ엔은 104.91엔에서 109.69엔으로 4.5% 평가절하됐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ㆍ일 경합품목의 수출 추이를 비슷하다. 2012~2013년까지 한국의 세계 자동차 수출은 3% 증가한 반면 일본은 2.9% 감소했다. 자동차부품도 한국이 5.9% 성장할 때 일본은 5.9% 감소했다. 반도체도 우리는 12.7% 오를 때 일본은 8.5% 감소했다. 선박(-5.1%), 기초산업기계(-2.5%) 등 일부 품목은 수출 감소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도 각각 27.3%, 8.1%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여러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곽준희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조사역은 "일본기업들이 수출가격 인하에 소극적인데다 세계시장 수요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인용한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엔화 절하기인 2012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달러ㆍ엔은 14.6%나 하락했지만 전체 수출물가는 1.8% 떨어지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출은 되레 1.6% 줄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가격경쟁력' 부문에 있어서 특화전략을 더 잘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도요타를 봐도 엔저로 가격을 떨어뜨리기보다 하이브리드형 자동차를 개발한다던가, 연료를 다변화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도요타의 기술개발투자는 2012년 8000억엔에서 2013년 9000억엔으로 늘었고 올해는 1조엔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축적된 이익과 기술을 통해 한국을 능가하는 제품을 가격경쟁력까지 덤으로 추구하면서 내놓게 되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제품들이 일본을 추월하지 못하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엔저수혜를 톡톡히 받는 일본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것도 역발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8월까지 한국의 일본기업 M&A는 총 33건. 제조업 10곳, 서비스업 23곳이다. 중국 기업들이 서비스업(15곳) 만큼이나 제조업(17곳) M&A에 적극적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오세환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우리 기업들의 일본기업 M&A는 대부분 IT, 금융 등 서비스업에 집중하고 있어 제조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중국과 차이가 있다"면서 "엔저 대응을 위해 한ㆍ일 기술협력과 우수기술 구매, 일본기업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짧은 환율 변동에는 환위험 헤지로 리스크관리가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엔저에는 생산과정 혁신이나 기술진보를 통해 근본적인 기업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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