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혼마 짝퉁 판매합니다."
가품(假品), 이른바 '짝퉁'이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가 바로 혼마다.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다. 매장도 손님도 모두 뜨내기라 가능한 곳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해 봤자 이미 철수해 쉽게 잡아낼 수 없는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짝퉁'은 물론 나중에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알면서 산다는 게 더욱 재미있는 대목이다. 요즈음은 아예 온라인상에서도 버젓이 팔린다. 심지어 중고 짝퉁까지 있다.
몇 달 전 온라인의 한 카페에 등장한 제품 명세서다. "중국산 혼마 짝퉁 골프채입니다. 브랜드명은 heroman, 구성은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퍼터까지 풀세트 입니다. 아이언과 퍼터는 비닐도 뜯지 않았고 7번만 몇 번 쳤습니다. 가격 10만원." 대부분 사용한 적이 없는, 그것도 풀세트가 10만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또 있다. "진품 같은 혼마짝퉁 샤프트와 그립만 15만원에 팝니다." 아이언 9개 세트다.
당연히 밀수를 통해 중국에서 들어온 제품들이다. 호기심 많은 아마추어골퍼들은 가품인 것을 알면서 사온다. 한두 번 쓰다가 성능이 떨어져 결국 헐값에 내놓기 일쑤다. 사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가짜 골프채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2005년 골프채에 매겨지던 특별소비세가 폐지됐고, 최근에는 병행수입이 늘어나 공식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진품을 구입할 수 있어 굳이 가짜채를 살 필요가 없어졌다.
혼마는 그러나 예외다. 가짜 아닌 진짜 혼마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된 부류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별과 황금색을 유독 좋아하는 국내 골퍼들의 기호에 맞춰 '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고, 5스타로 풀세트를 맞추면 1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과거에는 실제 골프채에 새겨진 별 개수가 신분을 대변하기도 했다. 제작사 측은 장인들이 직접 만든다는 이미지업 마케팅을 가미했다.
이제는 본사가 중국으로 넘어가 '일본제'라는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일본에서 30년 이상 종사한 장인정신 역시 이견이 많다. 한 전문가는 "특유의 고집 때문에 오히려 요즈음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해 성능이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가격의 혼마가 최저가 짝퉁 골프채의 뿌리로 공존한다는 게 아이러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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