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세계 벤처기업 1호로 불리는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 팩커드(HP)가 내년 분사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그동안 영업 부진에 시달려온 HP가 2개 회사로의 분사를 결정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P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르면 6일 회사를 개인용 컴퓨터(PC)및 프린터 전문회사와 기업용 하드웨어및 서비스 업체로 나누는 분사 방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휘트먼 CEO는 새로 생기는 PC및 프린터 회사의 회장과 기업용 하드웨어 회사의 CEO를 동시에 맡게된다. 이사회 독립 이사인 패트리샤 루소가 기업용 하드웨어쪽 회장을 맡고, 다이온 웨이슬러 PC및 프린터사업 총괄이 이 부문 CEO가 된다.
HP는 75년전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 지역의 한 차고에서 창업된 실리콘 벨리의 대표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회사의 주력 분야였던 PC 부문 등이 침체를 겪으며 경영 악화에 시달려왔다. 분사 결정도 수익성 회복을 위한 고육책이다.
HP는 올해 2분기 27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2012년 5월 전 세계 임직원의 10%인 3만4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도 1만1000명∼1만6000명 규모의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해오던 PC 분야는 지난해에는 중국의 레노버 그룹에 추월 당하는 등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HP에선 그동안 회사 수익성 회복을 위한 분사논의가 수차례 있었다. 지난 2011년 레오 아포테커 전 CEO도 PC분야 분사를 시도했으나 휘트먼 CEO체제로 바뀌면서 중단된 바 있다.
WSJ 등은 HP의 이번 결정은 최근 미국 내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분사 열풍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 분야와 경영 목표를 좁히고 전문화해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최근엔 전자상거래 대형업체 이베이가 전자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분사키로 결정했다.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이 애플 페이를 앞세워 모바일및 전자 결제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생존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분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떼어내고 주식을 분할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이를 적극 환영한다. 칼 아이칸 같은 거물급 행동주의 투자자는 이베이 이사회를 강력히 압박, 분사 결정을 끌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이베이의 분사 결정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이를 적극 환영했고 주가도 7.5% 급등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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