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외국계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자금을 예치해 받아가는 이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RB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어 해외 은행들이 올릴 이자 수익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지급준비금(지준)의 형태로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의 일정 비율을 FRB에 의무적으로 예치해 놓아야 한다. 이는 미국 은행 뿐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은행에도 해당이 된다. 은행들이 정해진 비율 이상을 맡길 경우 FRB는 초과자금에 대한 이자를 얹어준다. 현재 초과 지준에 부여되는 금리는 0.25%다.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은행들은 단기자금 시장에서 0.25%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린 뒤 FRB에 예치해 금리 차익을 얻기도 한다. FRB는 초과 지준금리 변화를 통해 시중의 단기자금 금리를 조정한다.
그동안 외국은행들이 FRB에 예치한 초과 지준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른 이자 수익도 적었다. 하지만 이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FRB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은행들의 초과 지준에 대한 이자로 98억달러(약 10조3409억원)를 지출했다. 이 중 절반을 외국은행들이 가지고 갔다. 금융위기 이전 외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빠른 증가세다. 외국은행들이 보유 하고 있는 미국 내 자산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초과 지준에 대한 이자 수익으로 가장 많이 돈을 번 은행들은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UBS, 중국은행, 일본의 도쿄미쓰비시UFJ 등이다. 미국 은행들 중에는 JP모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있다.
FRB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어 은행들이 초과 지준 예치로 올릴 이자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WSJ는 이것이 FRB의 금리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미국 내에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 당국의 자국 은행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미국 은행들은 FRB에 추가 자금을 예치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 은행들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장받는다는 측면에서 지준 예치를 늘려왔다.
미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대마불사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월가 대형은행들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을 국제 수준의 두배인 6%로 올려 잡았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은 예금에 대한 보험 수수료도 외국계 은행보다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만큼 미국 대형은행들은 예치할 수 있는 현금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일부 정치인들이 해외은행에 대한 FRB의 이자 지급이 늘어난다는 점에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FRB 역시 이에 대한 정치적 설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