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 3조3900억원…전년比 273% 급증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근 1년새 증권사의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가 급증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시스템리스크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건설사의 신용도 하락을 가져왔듯, 증권사의 과도한 유동화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자칫 잘못하면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및 전자단기사채(ABSTB) 유동화 규모는 올 상반기 3조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3% 급증했다. 2010년 1400억원에 불과했던 증권사 신용보강 유동화는 2011년 3200억원, 2012년 1조44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4조910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4조원의 신용보강 유동화 거래가 이뤄졌다. 즉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증권사들의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의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규제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위축되면서 PF대출 유동화 및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증권사 신용보강 유동화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가 위험을 분담하는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곧 증권사의 리스크 확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조병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시장위험 성격을 가지는 유동성위험 총량의 증가가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유동화익스포저가 과중하다는 지적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해당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한 모든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과거 특정 건설사의 신용위기가 PF ABCP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가 급증하면서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석ㆍ통제가 가능한 신용위험 외에 시장위험의 성격을 갖는 유동성위험이 전체 금융시장에 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17조3528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56.5%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3조18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NH농협증권이 2조2781억원, 현대증권 1조6151억원, 교보증권 1조3372억원, 하이투자증권 1조96억원 등의 순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종금업 라이선스를 가진데다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을 적극적으로 약정해온 탓에 채무보증 규모가 타사에 비해 월등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채무보증에는 유동화와 무관한 지급보증, 담보대출확약, 한도대출, CPㆍ전단채 인수 확약 등이 포함돼 증권사 유동화익스포저만을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증권사 전체 채무보증 가운데 80% 이상이 유동화익스포저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 증권사의 과도한 채무보증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한신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증권사 유동화익스포저는 총 14조2543억원으로 조사됐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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