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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인터넷, 기술일까 문화일까…'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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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알고 삼성은 몰랐던 'IT창조의 원천'

[Book]인터넷, 기술일까 문화일까…'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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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전세계 IT업계가 들썩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히트상품이 됐고, 애플의 '아이폰'과도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을 선보이고도 삼성전자가 IT와 인터넷 산업에서 리더십을 가진 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신간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는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최고의 매출을 올렸을 뿐 아니라 애플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삼성전자이지만, 애플과 구글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마존이나 페이스북보다도 이 분야에서 리더십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는 삼성전자나 애플이 신제품을 낼 때 새로운 기능이나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 IT와 인터넷을 산업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인터넷의 주 개발처였던 미국 등 서방사회에서는 인터넷을 사회 문화적 가치에 먼저 대입하여 발전시켜온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IT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과 철학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으며, 별다른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 '인터넷'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부터 차근차근 짚어낸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시기는 인터넷의 태동기로 볼 수 있다. 인터넷·통신 분야에서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보다도 더 큰 존경을 받는 두 학자, 노버트 위너와 존 폰 노이만이 활동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이 갖고 있던 생각과 행동의 차이는 이후 IT기술 전반에 커다란 두 물줄기를 형성하게 된다.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낳은 대량 살상에 몸서리쳤던 노버트 위너는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사이버네틱스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반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존 폰 노이만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을 발명했다. 기계(컴퓨터)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인간에게 경제·권력적 이익을 주는 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은 과학기술 이전에 철학이요, 문화라는 게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예컨대 인터넷 네트워크 철학의 뿌리는 히피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주류 사회의 질서에서 이탈한 비트세대의 등장, 기성사회 주류문화에 대한 대항문화의 출현 등을 겪었던 혼란의 시기가 1960년대다. 히피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고, 환각제인 LSD를 탐닉했으며, 채식과 요가·참선으로 수행했다. 당시 히피들을 위한 잡지 '홀 어스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의 창시자 스튜어트 브랜드가 했던 말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구하고 바보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라)'은 이 잡지의 애독자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영향을 끼쳤다. 권위적인 미국 동부를 떠나 서부에서 IT산업을 개척해나가는 실리콘밸리 젊은이들의 모습은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의식의 확장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한 히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한 치 앞도 모르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에서 기업들이 변함없이 지켜야할 것은 공유와 개방, 협력 정신이다. 한 때 미국 최대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였던 마이스페이스가 뉴스코퍼레이션과의 합병 이후 되려 쇠퇴해버린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수익을 위해 광고와 배너로 도배를 한 점, 자신의 서비스를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한 점 등이 마이스페이스에는 치명타였다. 반면 페이스북은 개방과 협력 모델을 이용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거는 기대는 크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같은 기술회사로서의 위상보다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명감 있는 기업"이며, 그 속에서 "인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내다본다.


3년 전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집필했던 정지훈 박사가 이번엔 인터넷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냈다. 저자는 "개방형 철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단지 시장만 바라보고, 언제나 경쟁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에만 천착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인터넷이란 기술 이면에 담긴 문화와 정신, 철학을 살펴볼 것을 당부한다.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정지훈 / 메디치 / 1만6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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