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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 가쓰라의 100년전 親美 아시아 공략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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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ㆍ동남아ㆍ호주 손잡고 중국 포위에 주력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무성에 별도 지시를 내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싶으니 방법을 생각해내라”는 것이었다.


외무성은 G20 정상회의 전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아베 총리는 먼저 도착해 대기실 앞에서 기다렸다. 시 주석이 오자 다가가 “Nice to meet you, Mr. Xi Jinping!"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갑자기 다가서자 무척 놀란 듯 했고 말도 제대로 나누려 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외교 스타일과 함께 두 나라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발 빠르고 적극적인 반면 시 주석은 진중하게 움직인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 원하지만 시 주석은 응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안팎에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는 리더로 자신을 격상시키고자 한다. 반면 시 주석은 아베 정부가 센카쿠제도와 과거사 인식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는 방침을 견지한다. 아시아와 세계를 움직이는 두 인물의 외교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아베-시진핑 열전] 가쓰라의 100년전 親美 아시아 공략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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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대외 행보는 한 세기 전 가쓰라 다로(桂太郞) 총리의 외교와 닮았다. 가쓰라 총리는 1905년 일본을 방문한 미국 하워드 태프트 육군장관과 밀약을 맺어 일본과 미국의 밀월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한국 지배를 인정받았다. 대신 일본은 미국이 통치하는 필리핀을 넘보지 않기로 했다.


태프트 육군장관은 1907년 부인 헬렌과 함께 일본을 다시 찾는다. 헬렌 태프트는 벚꽃의 화사함에 반한다. 태프트 장관은 1909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러자 일본은 대미 선린외교의 일환으로 1912년에 벚나무를 보내준다. 태평양을 건너온 일본 벚나무 약 3000그루가 워싱턴DC에 이식된다. 퍼스트 레이디 헬렌 태프트가 기념 식수를 했다. 워싱턴DC의 벚나무는 매년 봄 꽃을 피우며 100년 전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가쓰라 총리는 미국의 양해를 바탕으로 1910년 한일합방을 성사시켰다. 가쓰라 총리도 아베 총리와 같은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이다. 조슈(長州)번으로 불렸던 이 곳은 막부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화를 연 메이지(明治) 유신을 주도했다. 아베 총리가 정신적인 스승으로 모시는 개화기 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이 고장 출신으로 여기서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열어 제자들을 길러냈다. 가쓰라 총리도 쇼인의 영향권에서 성장했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또한 이 곳 출신이다.


아베 총리가 100여년 전의 가쓰라 총리처럼 미국과의 밀월 시대를 열 것인가. 아베 총리는 일단 안보 문제와 영토 분쟁에서는 미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다.


◆재무장에 대해 미국 동의 얻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국제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자 하는 일본의 의욕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히며 “집단 자위권 행사의 제약 사항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일본의 방위력을 강화하고 미군과의 협력을 심화하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을 칭찬한다”고 답변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긴밀한 유대관계인 국가들 중 한 나라가 제3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다른 나라가 이를 자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8년만에 일본을 국빈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일본을 지지하는 선물도 안겨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 제도가 유사시 미국의 자동적 개입을 명문화한 상호 안보협약이 적용되는 곳임을 확인했다.


일본은 이에 화답해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옥죄기에 동참해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 최근 추가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의 일본 내 증권 발행을 금지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했다.


◆美 아베에 수위조절 주문= 미국은 그러나 아베 정권의 과거사 부정에 대해서는 난감해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강제 연행을 보여주는 정부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 1993년 고노담화를 수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담화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했다.


아베 정권은 검증팀을 만들고 5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 6월 고노담화 문구가 한일간 조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외교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정치권의 요구를 구실 삼아 고노담화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할 경우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일(對日) 공동전선을 구축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이 동북아시아를 움직이는 중심축인 한?미?일 3각협력에 균열이 생긴다.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해 줄 한국을 잃게 된다.


미국은 이런 고려에 따라 아베 정권에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아베 총리를 만나 안보에 대해서는 손을 들어줬지만 한국을 방문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끔찍하고 지독하고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안보 협력에 중점 둬= 아베 정권은 미국의 동의를 얻은 뒤 지난 5월15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어 지난 7월1일 각의에서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해 이를 결정했다. 아베 총리가 뜸을 들여 7월1일을 택한 것은 이 날이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일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일본은 내놓고 재무장해 군사대국이 되는 길에 들어섰다. 아베 정부는 앞서 4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해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국방예산을 증액해 군수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무기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다.


무기수출 허용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이후 아베 총리는 군사ㆍ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방어전선을 펼치는 대상은 물론 중국이고 일본과 함께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저지할 가장 큰 파트너는 인도다.


인도는 북부 영토 문제로 중국과 1962년 전쟁을 벌였고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 포위망에 인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인도를 방문한 데 이어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자 일본 방문을 요청했다. 모디 총리와 아베 총리의 도쿄(東京) 정상회담은 9월 성사됐다.


아베 총리는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끌어냈다. 모디 총리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고 인도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정례 훈련에 합의했다.


◆ ‘진주 목걸이’를 잘라라= 아베 총리의 중국 포위망은 인도에서 시작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어진다. 아베 총리는 6~8일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를 찾았다. 일본 총리로서 방글라데시는 14년만에, 스리랑카는 24년만에 방문했다.


오랫동안 방치했던 두 나라를 아베 총리가 방문한 것은 중국의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다. 중국은 방글라데시 치타공 항구 운영권을 인수했고 스리랑카 무역항 건설을 지원했다. 이들 항구를 파키스탄 과다르항과 연결하면 인도를 둘러싼 목걸이 모양의 항로가 그려진다. 과다르항도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중국은 인도를 둘러싼 이들 거점 항구를 장악해 인도양 패권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동남아 국가 중 베트남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도서 영토를 놓고 중국과 다투고 있다. 일본은 이들 국가를 지지하면서 이들이 자국과 반(反) 중국 공조를 벌이도록 유도하고 잇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말 싱가포르 강연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남중국해 충돌을 겨냥해 “기정사실화를 통해 현상 변화를 가져오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순시선 10척을 필리핀에 제공하겠다며 베트남에도 공여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일본의 움직임을 뒤에서 밀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 만나 중국의 해양진출 강화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전해졌다.


미국과 함께 뒤에서 대(對)중국 전선을 뒷받침해줄 나라로 일본은 호주를 택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호주를 방문해 토니 애벗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호주 의회 연설에서 “럭비에서 스크럼을 짜듯 강한 협동심을 발휘해 세계 질서를 확립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과 호주는 정상회담에 앞서 군사장비ㆍ기술 교환 협정과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했다. 호주는 일본 잠수함 약 10척을 187억달러에 구매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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