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팔아치운 운용사 펀드 수익률 급증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삼성전자 주가가 '어닝쇼크' 전망에 급락하면서 삼성전자를 바구니에서 미리 덜어낸 펀드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7.47%(24일 기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0.76%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이 펀드의 수익률이 두드러진 데는 삼성전자 어닝 쇼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해당 종목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9.3%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삼성전자 주식을 대부분 팔아치우고 우선주 일부만 사들였다. 또 중국 소비관련주인 아모레G와 호텔신라 등을 쓸어담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밑돌 것이란 증권가 전망까지 나오는 반면 중국 소비주는 급등하면서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올해 두드러진 수익률을 자랑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밸류웨이자(주식)A클래스' 펀드는 일찌감치 삼성전자를 덜어냈다. 연초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4.9%에 달했으나 7월 대부분 비워냈다. 이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20.29%에 달한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 펀드도 연초 17.2%에 달했던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지난 7월 11.7%로 크게 줄였다. 한동안 부진했던 수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 펀드는 올해 수익률 3.40%로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거나 펀드 내 시가총액 비중만큼 꽉 채운 펀드들은 수익률 부진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펀드내 삼성전자 편입비중이 19%에 육박하는 KB자산운용의 'KB한국대표그룹주'의 올해 수익률은 -2.24%로 저조하다. 삼성전자 비중이 18%로 높은 마이에셋자산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주식)'와 NH자산운용의 'NH-CA대한민국베스트30(주식)'의 올해 수익률 역시 각각 -5.15%, -3.60%에 머물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치솟았을 때 펀드매니저들은 시가총액 비중만큼 삼성전자를 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누가 먼저 삼성전자를 덜어냈느냐에 따라 수익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3조원대까지 내려오면서 미리 처분하지 못했던 운용사 성과는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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