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에 여유가 생겨야 소비가 늘어나는 법이다. 수입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면 지갑을 열기 어렵다.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빠듯한 서민은 특히 그렇다. 가계의 소비위축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경기 회복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근로자 임금상승률 추이로 본 우리 경제의 답답한 현실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상용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명목임금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뺀 것)은 월평균 277만26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6만7830원)보다 0.2%(4813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1년 4분기(2.4% 감소) 이후 최저치다. 사실상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3.4%를 정점으로 5분기째 내리막길이다. 올해 2분기의 물가를 따지지 않은 명목임금 상승률 역시 1.8%로 2년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실질임금 상승폭이 낮아진 데에는 성과급ㆍ상여금 등 특별급여가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분기 월평균 특별급여는 33만190원으로 1년 전보다 10.7%나 줄었다. 임금 인상폭을 끌어내린 것은 특별임금뿐만이 아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시간제 등 불완전고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한 요인의 하나다. 임시직 근로자의 지난 2분기 1인당 실질임금은 125만3769원으로 1년 전(127만2085원)보다 1만8316원(1.4%) 감소했다. 임금이 줄어든 것은 2010년 4분기 이후 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의 고용통계를 보면 올 들어 매월 40만~50만여명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데도 내수시장이 계속 얼어붙어 있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의 움직임이 아니다. 고용 증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경고성 징표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가 최저생계비 수준 임금의 임시직이라면 여윳돈이 있겠는가. 상여금과 성과급이 줄어든 정규직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요즘은 여유 있는 장년층도 노후를 대비해 돈을 비축해 두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내수 경기 살리기의 출발점인 가계의 소비 여력은 물론 심리까지 얼어붙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가계의 기를 펴게 할 실질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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