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 등 외신도 주목, 6월부터 하루 다섯 시간씩 훈련
[인천=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가을 하늘에 물이 든 듯 청량하고도 은은한 푸른빛 치마, 단아한 몸매를 은은히 비치는 정갈한 저고리가 학의 날개인 양 어깨를 감싸 멋스럽고도 귀티가 흐른다. 쪽진 머리에 봉황을 얹으니 선녀가 내려온 듯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수놓는 시상식 도우미들은 아름답고도 총명해 보인다.
시상식은 국제스포츠종합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순서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승자를 축하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각 종목을 대표하는 귀빈(VIP)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자태와 해맑은 미소로 시상식의 진행을 돕는 도우미들 역시 주목받는 존재다. 내·외신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도 이들의 몸짓과 표정에 집중한다. AFP통신은 23일 "아시안게임 시상식 도우미들이 '미의 전쟁'을 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시상식 도우미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썼다.
이번 아시안게임 시상식 도우미는 모두 학생들이다.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 학생 224명으로, 이 가운데 1학년생 204명이 주축이다. 나머지 스무 명은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열린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행사를 담당했던 시상식 도우미들로, 역시 인하공업전문대학 2학년 학생들이다. 당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많은 찬사를 받은 점에 주목한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한 학교 학생들만으로 선발한 것이다. 2010 광저우 대회 때는 지원자 60만 명 가운데 심사를 거친 380명이 도우미로 활동했다.
도우미로 선발된 학생들은 6월부터 방학도 없이 하루 다섯 시간씩 훈련을 했다. 미소를 돋보이게 하는 표정, 우아하고도 정중한 인사, VIP 안내, 단정하고도 기품 있는 걸음, 메달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법 등을 배우고 익혔다. 걷거나 멈추었을 때 자세를 바르게 하기 위해 머리 위에 책을 올려놓고 똑바로 걷는가하면 메달 받침대에 물통을 얹고 균형을 잡는 등 매우 고된 훈련이 이어졌다.
펜싱 종목 도우미를 맡은 태수빈(19) 양은 "대부분이 VIP인 시상자를 응대하는 방법과 시상대까지의 동선을 파악하는데 비중을 뒀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이전에 열린 국제대회 동영상을 보면서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주의사항 등 이론교육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태 양은 "워낙 큰 행사라서 긴장이 된다"면서도 "한국을 알리는 얼굴이라는 책임감으로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 도우미들이 입는 옷은 우리 대표 선수단의 정장을 후원한 제일모직에서 만들었다. 조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한 의상이다.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의 미의식이 투영된 치마저고리로, 대회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격종목에 배정된 정윤지(20) 양은 "외국인들도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며 흐뭇해했다.
제일모직 C-biz 팀의 신미경 수석(47)은 "결혼식이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입던 두루마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번 대회 슬로건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로 아시아인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이를 아우르려고 노력했다. 인천이 바닷가에 있으므로 하늘과 파도를 형상화한 색상을 사용했다. 소매는 '활옷'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입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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