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알뜰폰 예산 0원'
통신비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던 정부가 정작 내년도 예산안에 알뜰폰 지원금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예산 없이 알뜰폰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가계부담을 줄이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5년 예산 14조3000억원 중 알뜰폰 정책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제로'다. 미래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통신비 가계부담 절감이 알뜰폰 정책의 목표이지만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의지를 의심케 한다. 가계 통신비 경감이라는 측면에서 (예산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업자들이 돈을 버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예산 지원이 쉽지 않다는 해명도 옹색하다. 알뜰폰 사업자들이야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는 또 다른 가치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가계 통신비 경감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익을 내는 사업자에 기대 알뜰폰 정책을 영위하겠다는 속내다.
실제로 지난 6월 미래부가 내놓은 망 도매대가 인하, 유통망 확대 등 알뜰폰 활성화 대책은 그 비용을 모두 이통사 또는 알뜰폰 사업자에 전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지도가 떨어지는 알뜰폰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허브사이트'다. 미래부는 "예산을 받아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허브사이트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이 비용을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치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영세 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저렴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면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자들의 투자와는 별도로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공익적 역할에 대한 정부 책임을 방기해서는 곤란하다. 공허하게 들리는 창조경제를 위한 몇 조원 예산보다 당장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는 정책을 국민들은 더 반가워할 것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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