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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해외 석학에게 한국을 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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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해외 석학에게 한국을 물을 때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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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검사, 중소기업 임원, 기자, 이렇게 네 친구가 술을 마셨다. 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딸을 호주 고등학교에 유학 보냈다. 네 친구 모두 고교생 자녀가 있다. 넷 중 둘은 첫째 아이를 대학에 보냈다.


검사. "한국 교육 문제 정말 심각하지 않나? 사교육 때문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생하고, 부모는 노후를 대비하지 못하잖아."

교수. "글쎄 사교육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자녀 교육에 돈을 들이는 걸 긍정적으로 봐. 한국 경제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교육 덕분이잖아. 교육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 "요즘 중고교 교육은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니라고 봐. 대학입시 제도 탓이 크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그걸 장려해야 하는데 현행 대입 제도는 오히려 차단해."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을 가는 건, 지명도가 있는 대학에 가려고 하는 건 괜찮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은 노동시장과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수급 불일치가 크다. 제도적으로는 김영삼 정부 이후 대학을 대거 인가해 준 실책이 빚은 문제다. 학구적인 검사가 묻고 실천적인 교수가 답한 술자리 세미나는 이쪽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의 고민이자 한국 사회의 문제를 논의한 뒤 맞은 주말, "한국 정부,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해야"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추세를 드러내고 부자에게 최고 세율 80%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한 말이었다. 반값 등록금도 아니고 대학까지 무상으로 가르치면 한국 교육과 불평등 문제가 완화될까.


여기서 이 이슈를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의는 '네 친구 세미나'를 심도 있고 넓게 펼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겠지만 다수가 동의하는 정답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관심은 한국을 연구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해외 학자에게 우리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는 오래된 관행이 합당한가에 있다. 피케티는 방대한 저서 '21세기 자본'에 한국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사회와 교육 문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다.


다음에 올 '피케티'에게는 그가 아는 것만 물어보자. 그가 자신이 모르는 한국 문제에 훈수를 하려고 들면 정중하게 사양하자.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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