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 세븐업(7Up)에는 신경안정제로 쓰이던 리튬구연산이 첨가됐었다.
세븐업은 공교롭게도 1929년 10월 월스트리트가 붕괴되기 2주 전에 선보였다. 세븐업의 출시는 과열된 투자 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였을까. 아니면 이후 10년 동안 지속될 대공황에 대한 미약한 위로였을까.
하여간 세븐업은 인기를 끌었다. 이름의 세븐은 리튬의 질량수 7을 나타낸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업은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겠고.
리튬의 효능이 알려진 것은 수백년 전부터였다. 리튬을 함유한 광천수가 나오는 미국 조지아주의 리시아 스프링스 지역은 원주민들에게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졌다. 19세기 말 이 지역은 작가 마크 트웨인과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도 찾은 건강 명소가 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신과 의사인 존 케이드는 1949년 리튬이 조율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리튬은 여러 정신질환과 자살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보고됐다.
약이 대부분 그렇듯 리튬도 오남용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리튬은 나트륨 대신 쓰이면서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의사들이 심장병 환자에게 염화나트륨 대용으로 염화리튬을 섭취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치명적인 부작용이 속출했고 리튬은 음료 첨가물 목록에서 퇴출됐다. 리튬은 1950년에 세븐업에서 빠졌다.
리튬은 1970년대에 다시 의학적인 연구 대상이 됐다. 1990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27개 카운티의 자살률과 살인율은 마시는 물에 함유된 리튬 양에 반비례했다. 리튬을 덜 섭취하면 참을성이 약해진다는 말이다. 물에 리튬이 가장 덜 함유된 지역 주민은 함량이 최고인 곳 주민에 비해 자살하는 사람이 66% 더 많았다.
일본에서도 2009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그리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된 연구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 웨일 코넬 의학대학원의 애나 펠스 정신과 교수는 15일자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리튬의 효능이 덜 알려졌다며 더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그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약간의 리튬?(A bit of lithium for all of us?)'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에서 예전처럼 소프트 드링크나 비타민에 리튬을 첨가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수돗물에 넣어 공급하면 어떨까"하고 묻는다. 한국에서도 논의할 가치가 있는 방안이 아닌가 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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