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3일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가뜩이나 정국이 마비된 상황에서 설마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일을 하겠는가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73명, 반대는 118명이었다. 기권(8명)과 무효(24명)표를 포함하면 사실상 반대표는 150표에 달한다. 찬성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극명하게 대치하면서 '법안 처리 0건', '식물국회'라는 비난을 받던 대한민국 국회였다. 여기에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없다는 '방탄국회' 오명도 함께 뒤집어쓰게 됐다.
올해 초부터 정치권은 '새정치'와 '혁신'을 강조하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당대표 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했다. 그중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는 단골 메뉴였다. 그 말은 결국 선거용이자 공염불이었다는 걸 정치권 스스로가 증명하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여당이 자당 의원 보호를 위해 조직적으로 부결을 자행했다"고 비판했고, 새누리당 측에서는 "반대에는 야당 의원들의 표도 있었다. 우리 당에 모든 비난을 퍼붓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송 의원은 표결 후 "내가 체포되면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의 주권이 공중에 뜨게 된다. 유권자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최소한 국가에서 보호해줘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것이 곧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걸 보장해주진 않는다. 결백하다는 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정당당히 수사를 받으면 될 일이다. 송 의원의 자기변호는 한없이 궁색해 보인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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