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제수위를 한 단계 높인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일 "미 정부를 중심으로 자금세탁방지 검사 및 제재 추이가 거래제한국가와의 거래체결 여부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 뉴욕주 금융감독청은 지난달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뉴욕지점에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3억달러(한화 약 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제재 사유는 SC은행이 거래의심계좌 점검 강화 등 당초 합의한 개선명령을 따르지 않아서다. SC은행은 2012년 8월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과 불법거래를 해온 혐의로 벌금 3억4000만 달러를 부과 받고 시스템 등을 개선하기로 금융감독청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청이 2013년 이후 전산시스템상 거래의심계좌 점검대상 추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일부 고위험고객과의 달러결제가 적정성에 대한 점검 없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 당국은 벌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금융감독청은 또 일본 도쿄-미츠비시 UFJ(BTMU) 뉴욕지점의 컨설팅업체인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는 2500만달러의 벌금과 2년간 부분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미국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금감원은 "미 금융감독청의 제재조치와 관련해 국내 BTMU 서울지점과 한국SC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긴급 점검한 결과, 일단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두 은행 모두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가능성이 적지만 국내 은행 해외지점도 자금세탁방지 관련 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미국의 제재 사례를 준법감시인 교육 등을 통해 전파하고 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국내 처벌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최고 3000만원의 벌금으로 약한 편"이라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관련 규정을 국제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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