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300Mbps 다운로드 초고속망 잡아라…주파수 쟁탈전
이통사·방송사 끼리도 700MHz 대역 분배 놓고 옥신각신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에 업계 혼란…향후 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농사에 비유하면 이동통신사는 농부, 주파수는 땅이다. 이 땅을 얼마나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의 승패가 좌우된다. 이르면 올해말 지금보다 '4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선보인다. 지난달 1일 '3배 빠른' 광대역 LTE 어드밴스트(LTE-A)가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또 다시 이동통신 시장에 '속도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4배 빠른 LTE를 위해선 3개의 주파수 대역을 서로 다른 주파수를 하나의 주파수처럼 사용하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로 묶어야 한다. 이른바 '3밴드 CA'라고 하는데, 1개의 광대역(20㎒) 주파수와 2개의 일반 주파수(10㎒) 등 총 3개 대역 주파수를 묶는(20㎒+10㎒+10㎒) 기술이다. 최고 속도는 일반 LTE속도(75Mbps)의 4배인 300Mbps에 달한다.
지난 2011년 7월 4세대인 LTE 서비스가 개시된 지 불과 3년만에 LTE-A와 광대역 LTE-A로 세계 처음의 기록을 세운 한국의 기술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는 곧 국내 통신사의 국제적 위상 승격과 국내 ICT업계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4배 빠른 LTE 주파수 전환 논란='4배 빠른 LTE'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주파수 전략을 놓고 시끄럽다. 그 중심에는 KT가 있다. KT는 4배 빠른 LTE에 투입할 주파수가 없다. LTE용 주파수로 2개 대역(1.8㎓ㆍ900㎒)만 가지고 있다.
반면 SK텔레콤(800㎒ㆍ 1.8㎓ㆍ2.1㎓)과 LG유플러스(800㎒ㆍ2.1㎓ㆍ2.6㎓)는 3개 대역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불리한 KT로선 3G용으로 쓰던 2.1㎓대역 일부를 LTE로 전환해야 할 입장이다. 최근 정부에 용도변경 전환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경쟁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KT의 용도 변경은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기존에 사용 중인 주파수를 다른 용도로 전환해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A이통사 관계자는 "이런 선례가 향후 정부 주파수 할당 정책과 통신사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3G 주파수 가치와 LTE 주파수 가치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용도변경이 필요하면 반납하고 다시 받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B이통사 관계자도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향후 발생할 유사 사례에 대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와 KT는 'LTE는 IMT-2000의 기술진화 모델이니 3G에서 LTE로 가는 건 용도 변경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래부 전파정책국 관계자는 "10년이 넘는 주파수 사용 기간 동안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주파수 용도 변경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시각에서 (KT 요청을) 검토 중"이라며 "일본과 영국에서 주파수 용도를 변경 해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란은 향후 제기될 2.1GHz 광대역 논쟁과도 연결된다. 해당 주파수는 2015년 말이면 이용기간이 끝난다. 미래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서 (SK텔레콤과 KT가 3G용으로 보유한 2.1GHz에 대해) 회수해 최소 60㎒ 폭을 수요가 큰 LTE용으로 재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정부가 KT의 2.1GHz 중 일부를 LTE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면 SK텔레콤이 똑같이 요구해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
미래부 관계자는 "IMT-2000의 나왔을 당시와 LTE이 기술력이 엄연히 다르다"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700MHz 주파수를 놓고 이통사 vs 방송사 다툼=700MHz 주파수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이 주파수는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회수한 주파수다. 700㎒ 대역의 주파수 폭은 108㎒다. 이 중 40㎒폭이 이미 통신용으로 배정된 상태며 나머지 68㎒폭을 놓고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오랫동안 기싸움을 벌여왔다.
통신업계는 세계적인 추세가 700MHz를 통신에 배정하고 있어 나머지도 통신이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송업계는 초고화질(UHD)경쟁력이 뒤지지 않으려면 700MHz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정부내 의견도 엇갈린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700MHz 대역 가운데 20MHz폭을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남은 48MHz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방통위와 방송사들은 지난 정부가 정한 통신용 40MHz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분야 한 교수는 "전 정권 당시 정한 정책을 놓고 정부가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파수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전자IT미디어공학과)도 "주파수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평가위원회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어느때보다 정부가 지도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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