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5일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광복절 공휴일임에도 대전월드컵경기장의 5만석 가까운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져 가고 있었다.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들이다. 전국 각 교구와 성당에서 찾아온 신자들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도착하자 설레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신자들에게 이날은 교황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천주교계에서 큰 행사인 '성모 승천 대축일'이기도 하다. '예수의 어머니이자 신앙의 모범인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일생을 마치고 하늘로 들어올림 받은 날'을 경축하는 축제일로, 일요일이 아니어도 미사가 열린다.
교황 방한 중 맞은 성모승천일 행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미 본격적인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대전 탄방동 주민인 박정수(66·여)씨는 이미 오전 6시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박 씨는 "교황님이 집전하는 축복받는 미사 자리에 빨리 오고팠다"며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오기 때문에 일찍 자리를 잡아야 질서 있게 정돈이 된다"고 말했다. 온양에서 온 김 모씨도 "교황님이 오시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가슴 벅차다"며 "교황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좀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세월호 사고 등 가슴 아픈 일들, 너무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월드컵경기장에 도착, 10시 30분부터 성모대축일 미사를 시작한다. 미사는 2시간 정도 거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8시부터 10시까지 묵주기도와 함께 천주교 성가대와 가수 인순이, 소프라노 조수미의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김창옥(가브리엘) 대전MBC 사장과 문지애(체칠리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대전 소년소녀합창단, 천주교 대전교구 성가대 ‘도나데이’(Dona Dei: 하느님의 선물)가 출연한다. 가수 인순이(체칠리아)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을 비롯해 절망하는 모든 이를 위한 노래로 ‘거위의 꿈’을, 성악가 조수미(소화 데레사) 씨는 ‘넬라 판타지아’와 ‘아베 마리아’를 부른다.
조씨가 부를 노래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천주교회에 의미가 있다. ‘넬라 판타지아’는 18세기 남미 대륙에서 순교한 예수회 선교사들을 그린 영화 '미션'의 주제곡에 이탈리아어 가사를 붙인 노래로, 교황의 출신 지역과 수도회를 연상시킨다. ‘아베 마리아’는 가톨릭의 기도 ‘성모송’을 라틴어로 노래한 곡으로 여러 작곡가의 작품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날 조씨가 부를 곡은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구노(Gounod)의 작품인데, 한때 사제 지망생이었던 그는 조선에서 순교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을 기리는 곡을 쓰기도 했다.
미사는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예식이며, 교황이나 주교가 자신이 관할지역을 방문할 때는 그곳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다. 교황도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교구를 방문하면서 교구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됐다. 이날 미사는 교황이 한국에서 신자 대중과 함께 드리는 첫 미사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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