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의견 배제하고 당사자인 피해자, 가족들에게 협상서 빠질 것 요구…협상 주체 자격 논란 예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삼성의 보상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낸 피해자와 가족들 5명에게 협상에서 빠질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올림측 협상단 중 한 명인 송창호씨는 15일 "삼성과의 협상이 있기 전인 지난 8일 피해자와 가족들간 회의에서 반올림으로부터 '우리와 의견이 다르니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송씨를 포함한 피해자와 가족들 5명은 반올림 내부 회의에서 협상 진전을 위해 삼성이 제안한 '협상단 우선 보상, 이후 산재신청자 확대 적용' 방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이 향후 산재신청자 보상을 약속한 만큼 협상단 우선 보상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진척을 이루고 향후 보상과 관련한 기준을 만들자는 배경에서다. 하지만 반올림에서 돌아 온 대답은 삼성과의 협상에서 빠지라는 요구였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열린 삼성-반올림 협상에서는 반올림측 내부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총 8명의 반올림측 협상단 중 5명은 삼성의 협상단 우선 보상 제안을 수용하고, 남은 3명은 기존 입장대로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송씨는 "반올림이 '반올림은 한 사람의 의견으로도 갈 수 있는 단체이니 의견이 다르면 나가라'고 했다"며 "피해자와 가족들, 반올림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서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데 반올림에서 이 같이 통보를 해 와 결국 지난 협상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올림이 협상의 최우선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족 다수를 협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주체로서 반올림의 자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를 위한 모임으로 출발한 반올림은 피해자 또는 그 가족, 이종란 노무사와 같은 활동가들로 구성됐다. 삼성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반올림을 협상 주체로 인정한 것도 반올림이 삼성 백혈병 피해자를 위한 모임이라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올림이 피해자와 가족 등 당사자 다수의 의견보다는 활동가 위주의 의견을 앞세워 당사자를 협상에서 제외하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협상 주체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한편 반올림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반올림은 "협상에 참여하지 못했던 피해 가족들과 함께 자리에 설 것"이라며 "이 문제가 일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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