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보낼 2000t 분량의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80대를 출발시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 차량에 무기가 실렸을 것이라며 국경 통과를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구호물자 수송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며 적십자 주도 아래 구호물자가 전달돼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국경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의 안드레이 리센코 대변인은 구호물품은 위장이고 러시아가 트럭에 무기를 실어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실장은 "러시아 군대는 구호물자 수송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접십자위원회(ICRC)는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러시아 수송대에 대한 책임을 맡을 수 없다고 밝혔다. ICRC는 수송대가 무엇을 옮기고 있는 것인지 세부 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RC 유럽 운영 대표인 로랑 코르바스는 "확실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모든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합의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송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수송대의 정확한 규모, 인계될 물품들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지난 주말 대규모 공격으로 무장반군을 상당히 압박한 여세를 몰아 반군의 항복을 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혹 러시아의 무기가 전달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말 동안 대규모 공격에 무장반군이 수세에 몰리자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왔다. 그리고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호물자 수송을 강행한 것이다.
이날 오전 2000t의 구호물품을 실은 러시아제 '카마즈'(Kamaz) 트럭 280여대가 모스크바 남서쪽 외관 나로포민스크를 출발했다.
모스크바 주정부는 인도주의 지원품이 곡물 400t, 설탕 100t, 유아식 62t 등 식량과 약품·의료품 54t, 침낭 1만2000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럭들은 인도주의 지원 차량임을 표시하기 위해 모두 흰색으로 칠해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발레리 찰리도 자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 구호물자 차량 행렬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찰리 부실장은 구호물자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도착하는 대로 러시아 차량에서 내려져 통관 절차를 거친 뒤 다른 차량으로 옮겨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비상사태부 요원들이나 다른 무력 관련 부서 요원들이 구호물자 차량에 동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구간에서 구호물자 수송의 안전 책임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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