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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를 보호하라”…해운조합, 조직적 선박 부실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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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여객선사와 마찰을 일으키지 마라, 원칙대로만 일 하면 어떡하느냐”. 검찰에 구속된 한국해운조합 안전본부장 김모(61)씨가 선박 안전점검을 맡은 운항관리자들에게 한 말이다.


김씨는 “사업자(선주)들이 너희들 월급을 주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왜 융통성있게 일을 안하느냐,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 앉냐”며 노골적으로 선사의 위법행위를 묵인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항관리자들은 선박이 출항하기 전 안전점검을 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같은 김씨의 지시로 사실상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져왔다. 아에 점검을 안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세월호 선사의 원인이 과적·과승 및 고박상태의 불량 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처럼 출항점검 현장에선 ‘윗선’의 지시 하에 인명사고와 직결되는 위법행위가 묵인돼온 것이다.

김씨가 이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데는 해운조합과 선사들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해운조합은 선사들이 만든 이익단체로 조합 회장단, 대의원회가 선박 안전점검업무 총책임자(안전본부장)와 운항관리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이 해수부로부터 선박안전 점검 권한을 위임받아 회원사 선박에대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씨의 말대로 조합에 소속된 운항관리자들의 월급을 선사가 주는 셈인데, 제대로 된 선박 점검이 이뤄질리가 없다.


송인택 인천지검 1차장검사는 “세월호 사고처럼 과적·과승이 가능했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관리·감독대상인 선사단체(해운조합)에 선박 안전점검을 맡긴 데 있다”며 “선박안전관리를 담당할 독립된 기관을 설립해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해운조합과 함께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검사 부실도 여객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수사결과 공단 검사원 5명은 엔진을 개방하거나 프로펠러를 분리해 검사하지 않았으면서도 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검사원은 수사가 시작되자 실제 검사를 한 것처럼 조선소에 과거 작업일지를 허위로 기재해 검찰에 제출토록 교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엔진 및 프로펠러는 선박의 핵심적인 장치로, 고장이 나 선박이 표류할 경우 조종능력 상실로 암초나 다른 선박과 부딪쳐 큰 사고를 야기한다”며 “하지만 실제 검사원들은 장치를 개방하지 않은 채 대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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