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G20 정상회의서 美 과도한 벌금 이의 제기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금융당국의 일방 독주에 유럽 국가들이 연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자국 기준에 맞춰 유럽 은행들에 잇달아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자 이에 불만을 갖고 있던 유럽 국가들이 합심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가 오는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 금융당국이 유럽 은행들에 내린 벌금 문제를 의제로 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독일·영국·이탈리아 등이 지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후 프랑스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BNP파리바는 지난 6월30일 미국 정부에 89억7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벌금 때문에 BNP파리바는 2분기에 사상 최대인 43억2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BNP파리바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48억3000만유로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BNP파리바가 미 정부에 벌금을 낸 이유는 수단·이란·쿠바 등과 금융거래를 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BNP파리바의 잘잘못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랑스나 유럽연합(EU) 법 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에 대해 미 당국이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를 가한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 당국의 제재 권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유럽 관계자들은 프랑스가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금융당국의 역외 권한(extraterritoriality)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유럽연합(EU) 관계자는 "다중 제재를 피하기 위한 규제당국 간 협조가 있어야만 한다"며 "G20 회의에서 은행 벌금을 의제로 다루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비공식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20 회의에서 과도한 은행 벌금을 어떻게 금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관계자는 독일이 프랑스 정부 입장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은행감독청(PRA) 청장도 지난달 유럽 외 금융당국이 대규모 벌금을 부과할 경우 은행들의 자본 확충 노력을 상당히 훼손시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재무장관들이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회의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도 미 벌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분기에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7억스위스프랑(약 79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 5월 미국인들의 탈세를 도왔다는 혐의와 관련 미국 법무부에 26억달러(약 2조6624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것이 원인이 됐다.
미국 당국은 현재 독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랄,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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